"오거스타내셔널은 한국인에게 딱 맞는 코스다. "

이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 양용은은 '알바트로스성 이글'을 성공시켰고 최경주는 12m짜리 롱 버디퍼트로 갤러리들을 열광시켰다.

이들은 절정의 샷 감각으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마스터스대회 사상 최초의 아시아 챔피언에 도전할 발판을 마련했다. 둘은 8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내셔널GC에서 열린 1라운드에서 나란히 5언더파 67타를 기록하며 공동선두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알바로 키로스(스페인)에 2타 뒤진 공동 3위에 나섰다.

양용은은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오거스타는 전형적인 한국 코스라 할 수 있다. 한국 선수들에게 매우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주도 "1999년 서울CC에서 열린 한국오픈 우승 때와 코스가 많이 비슷하다. 주변의 많은 소나무와 잘 다져진 그린 등이 그렇다. 마치 거기서 플레이하는 기분이다"고 말했다.

양용은은 전반에 4타를 줄이며 선두권으로 부상했다가 11번홀에서 1.2m 파 퍼트를 실패해 첫 보기를 범하며 주춤했다. 그러나 13번홀(파5)에서 홀까지 240야드를 남기고 2번 하이브리드 클럽으로 '2온'을 시도한 공이 경사를 타고 내려와 홀 30㎝ 옆에 멈추는 환상적인 샷으로 이글을 낚으며 단숨에 2위로 솟구쳤다. 4번째 출전만에 오거스타가 그에게 허용한 첫 이글이었다.

양용은 15번홀(파5)에서도 우드로 '2온'에 성공하며 3m짜리 이글 기회를 다시 만들었고 버디를 잡아 매킬로이에 1타 차로 따라붙었고 16번홀(파3)에서는 4.5m버디를 성공시키며 공동선두로 부상했다. 하지만 막판 두 개홀 보기가 아쉬웠다. 17번홀 티샷이 왼쪽으로 휘어지면서 공이 나무 뒤에 떨어졌다. 우드로 과감하게 탈출을 시도했으나 그린 왼쪽 벙커에 빠졌다. 벙커샷은 홀 2.5m 지점에 멈췄고 파퍼트를 실패했다. 18번홀에서도 그린을 미스한 뒤 2m 파퍼트가 홀을 외면했다.

최경주는 11번홀까지 2개의 버디와 2개의 보기를 교환하며 타수를 줄이지 못했으나 13번홀에서 1.5m 이글 기회에서 버디를 낚아 언더파 대열에 합류했다. 이후 15번홀까지 3연속 버디를 낚으며 상승세를 이어갔고 17번홀 1.2m 버디를 추가했다. 18번홀(파4)에서 우드로 친 두 번째샷이 그린에 올라왔으나 깃대에 한참 못 미쳤다. 홀에서 12m 이상 떨어진 데다 2단 그린 아래쪽에 있어 파로 만족해야 할 상황이었다. 이때 최경주가 퍼팅한 공은 2단 그린을 넘어 한참을 구르다 홀 속으로 사라졌다.

김경태도 선전했다. 12번홀부터 14번홀까지 3연속 버디를 하는 등 버디 4개를 잡았다. 15번홀 더블보기가 아쉬웠다. 2언더파 70타로 공동 14위다.

역시 2언더파를 친 필 미켈슨(미국)은 플레이 내용에 비해 결과가 좋았다. 8번홀에서 첫 버디를 잡은 뒤 9,10번홀에서 티샷이 모두 나무 아래로 굴러가 3번째 샷마저 그린을 벗어날 위기를 맞았으나 정교한 칩샷으로 파를 세이브했다. 11번홀(파4)에서도 벙커샷이 홀을 4m가량 지나갔으나 파퍼트를 성공시켰다.

13번홀에서는 티샷이 왼쪽으로 밀리면서 나무와 꽃밭 사이에 떨어져 레이업을 한 뒤 파로 막았다. 14번홀에서도 티샷이 나무를 맞았으나 운이 따라 좋은 곳에 떨어지면서 2.5m 버디를 잡았다. 미켈슨은 당초 2개의 드라이버를 가지고 나오려고 했으나 이날은 3번 아이언을 챙겼다.

17개월째 우승에 목말라 있는 타이거 우즈(미국)는 여전히 부진했다. 우즈는 15번홀에서 개울을 넘기는 세 번째 어프로치샷을 하고 난 뒤 마음에 들지 않은 듯 고개를 돌리면서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공은 그린에서 백스핀을 먹고 홀에 들어갈 뻔했다. 그는 여기서 2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지 못했다.

17번홀에서는 티샷이 나무 뒤로 떨어져 나무를 넘기는 샷을 했으나 그린을 오버하는 등 들쭉날쭉한 플레이를 펼쳤다. 1언더파 71타로 공동 24위다. 그러나 그가 마스터스에서 4승을 거둘 때 모두 첫날 70타대 스코어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아직 결과를 예단하기에는 이르다.

루크 도널드는 이븐파 72타를 쳐 파3 콘테스트 우승자가 본대회에서 그린 재킷을 입지 못한다는 징크스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