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노스위스는 '1982년생'이다. 우리 나이로 올해 서른이다. 스위스 시계업계에 100년 넘는 역사를 지닌 브랜드가 즐비한 점을 감안하면 크로노스위스는 여지없는 '청년 브랜드'다.

하지만 고급시계의 기준이 되는 '기계식 시계'(태엽을 감거나 손목에 찼을 때 손목의 움직임만으로 동력을 얻는 방식)만 놓고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대다수 스위스 시계 업체들이 1970~1980년대를 휩쓴 '쿼츠 크라이시스'(일본에서 건전지로 움직이는 저렴한 쿼츠 방식의 시계가 나오면서 기계식 시계 업계가 위기를 맞은 것)의 여파로 기계식 시계 생산을 중단했을 때 태그호이어의 시계 장인 출신인 게르트 랑 회장은 반대로 '정통 기계식 시계로 승부하겠다'며 크로노스위스를 세웠다.

남들이 거들떠보지 않을 때도 줄곧 기계식 시계를 만들어온 것이다. 한번의 쉼 없이 차곡차곡 기술을 쌓은 덕분에 크로노스위스는 이제 스위스 시계업계가 인정하는 '신흥 강자'로 부상했다.

'퍼시픽 오션'은 이런 크로노스위스가 올해 바젤월드에서 내놓은 대표작이다. 신세계를 찾아 태평양에 배를 띄우는 모험가들을 위한 시계이자,일상 생활에서 도전을 즐기는 '사나이'들을 위한 시계다.

클래식하면서도 스포티한 디자인과 뛰어난 가독성이 장점이다. 시계판을 덮는 돔 형태의 사파이어 글라스가 독특하다. 100m 방수도 된다. 시계 케이스 지름이 40㎜인 '퍼시픽'과 43㎜인 '그랑 퍼시픽',크로노그래프(시간 속도 거리 등을 측정하는 장치)가 장착된 '퍼시픽 크로노그래프' 등 3개 모델이 있다. 다른 모든 크로노스위스 시계가 그렇듯이 뒷면을 사파이어 크리스털로 투명하게 처리해 무브먼트(동력장치)의 움직임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밸런스 오브 타임'은 기술력과 디자인 사이에서 완벽하게 '균형'을 잡은 모델이다.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디자인을 포기하지 않았고,반대로 멋진 디자인을 위해 기술을 버리지도 않았다.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레트로 그레이드'를 2개나 달았다. 나비의 날개를 연상시키는 시계판 디자인도 매력 포인트다. 초를 나타내는 왼쪽 날개는 0부터 30까지 1초마다 한 칸씩 움직이다 30초에 다다르면 곧바로 0으로 되돌아간다. 1분에 2번 레트로 그레이드 기능이 작동하는 셈이다. 날짜를 나타내는 오른쪽 날개는 한 달에 한 번씩 매달 말일이 되면 1일로 되돌아간다.

'타임 마스터 스플릿 세컨드'도 주목할 만한 모델이다. 크로노그래프가 2개 장착된 이 모델은 8분의 1초까지 측정할 수 있는 게 특징.크로노그래프의 강자인 크로노스위스의 기술력이 집약된 모델이다. 실제 창업자인 랑 회장의 별명은 '미스터 크로노그래프'다. 복잡한 디스플레이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가독성을 자랑한다. 55개만 생산된 한정판 모델이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