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경제사 뒤집어 읽기] 영국의 재정혁명…'7년 전쟁' 승리한 영국, 그 비결은 영구債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국왕 '돈줄' 장악…의회가 재정 관리
    단기채→장기채 전환…이자는 세금으로
    동맹국 전비까지 지원…대영제국 발판
    17세기 후반에서 18세기까지 영국의 재정은 혁신을 거듭했다. 이를 흔히 '재정혁명(financial revolution)'이라고 부른다. 이것이 얼마나 '혁명적'이었는지는 두 시점 간의 차이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1660년대에 영국은 네덜란드와의 전쟁에서 참패했다. 네덜란드 배들이 템스 강을 거슬러 올라와 채섬(Chatham) 해군 공창의 배들을 불사르고 로열 찰스(The Royal Charles)라는 기함을 끌고 갔다. 영국민에게 이 패전의 충격은 대단히 컸다. 그로부터 100년 뒤인 1763년,영국은 7년전쟁의 최대 승리자가 됐고,북아메리카와 인도를 비롯해 세계 각지에 광대한 식민지를 보유하게 됐다.

    두 시점 사이에 영국의 지위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올라간 근본 원인은 재정에서 비롯됐다. 1660년대 영국은 조세 250만파운드를 걷는 데에도 허덕거렸다. 그런데 1760년대에는 국채가 1억3000만파운드였고 공공지출은 매년 2000만파운드에 달했다. 이런 거액을 동원해 자국만이 아니라 동맹국의 전비까지 충당할 수 있었다.

    이는 단순히 영국 경제가 발전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우선 영국은 국민 1인당 조세 부담 액수가 가장 큰 나라였다. 흔히 엄청난 조세 부담이 혁명의 도화선 역할을 한 것으로 이야기되는 프랑스보다 영국의 1인당 조세 부담액이 더 컸다. 조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영국 국민들이 국가에 더 많은 돈을 빌려주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영국 정부가 국민들로부터 효율적이면서도 안전하게 돈을 빌려 국정을 운영했다는 것이 바로 재정혁명의 핵심 사항이다.

    영국 재정혁명의 주요 내용으로는 대개 영국은행,국채,주식시장 등을 거론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을 가능케 한 근본 요소는 의회주의라 할 수 있다. 영국 의회는 지난 시대 전제정의 경험 때문에 국왕의 독주를 견제해야 한다는 것을 철칙으로 삼았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돈줄'을 확고하게 장악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의회는 "군주들이 돈을 필요로 하지 않을 때 우리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고,마그나 카르타보다 예산 문제를 통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점을 파악했다.

    1690년대부터 의회는 국왕에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깐깐하고도 인색하게 자금을 주었다. 지출 항목도 지정했고,감사도 엄격하게 했다. 당시 장기간의 전쟁(1688~1697)에 직면한 국왕은 모순적인 상황에 처하게 됐다. 9만명의 육군과 4만명의 해군을 동원하고 동맹국 지원까지 해야 하는 이 전쟁은 그때까지 영국이 치른 가장 값비싼 전쟁이었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의회는 국왕에게 가급적 적은 자금을 주고 아주 꼼꼼하게 통제를 가하려 했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효율적으로 전비를 마련할 것인가.

    우선 돈을 빌리는 것을 생각할 수 있지만,단기차입은 조만간 재정 부담으로 되돌아오기 때문에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없었다. 따라서 장기채를 발행하는 수밖에 없지만,여기에는 여러 문제가 있었다. 정부의 신용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정부채의 발행 비용이 통상적인 이자율보다 높았다. 어떤 방식으로든 자금을 조달해야 했던 정부가 돌파구를 마련한 것이 바로 영구채였다.

    지금까지 발행했던 유동공채(단기채)를 확정공채(consolidated annuities · 이를 줄여 '콘솔'이라 부른다)로 전환한 것이 핵심이다. 영구채란 말 그대로 따로 정한 상환 기한이 없어 정부가 투자자에게 이자를 영구히 지급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곧 정부가 돈을 빌리기는 하되 그것을 다시 갚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뜻한다. 다만 확실하게 이자를 갚기만 하면 되며,따라서 이 이자 부담을 위한 소득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원금이 문제가 아니라 이자 지급 정도라면 조세로도 충분하다.

    정부에 돈을 빌려준 사람(채권 구입자)이 돈을 되찾고자 하는 경우 정부로부터 상환받는 것이 아니라 채권 시장에서 매각하면 똑같은 결과를 얻는다. 그러므로 국가가 원하는 액수를 빌리되 그것을 갚을 필요가 없고,국가에 돈을 빌려준 사람은 필요하면 시장에서 매각함으로써 되돌려 받는 '신기한' 일이 가능해진 것이다.

    국가는 단지 세금으로 이자를 지급하면서 채권을 합리적으로 관리하면 된다. 이자 부담이 누적돼 감당할 수 없게 되는 사태를 막아야 하고,그러기 위해서 재정 여건이 좋을 때마다 시장에서 이전에 발행한 채권을 구입해 소각하면 관리가 가능하다. 각국의 군주들이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이런 식으로 해결책을 찾게 됐다.

    이 방식이 잘 운영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했다. 국민의 돈을 모아 정부에 빌려주는 일을 정부 스스로 하는 게 아니라 믿을 수 있는 기관이 담당해야 했다. 그 일은 영국은행이 맡았다. 초기 영국은행은 오늘날의 국립은행과는 거리가 멀었고,오직 정부에 돈을 빌려주는 기계 역할만 담당했다.

    은행은 예금주들에게 후일 지급을 보장하는 증서(paper)를 발행했는데,이것이 시중에 유통된 게 은행권의 선구가 됐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사항은 장기채의 환금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채를 구입한 사람의 입장에서 급히 자금을 필요로 하는 경우 채권을 처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정부가 이 채권을 다시 사들이고 돈을 환급해 줘야 하지만,채권 시장이 잘 작동하면 투자자가 시장에서 채권을 매각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각종 증권들의 매매가 이뤄지는 증권시장의 발전이 중요한 공헌을 했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이 제도를 신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가의 공신력이 한번 무너지면 모든 것이 무너지게 마련이다. 국가의 신용을 확보한 것은 결국 의회가 원칙을 확고하게 지킴으로써 제 기능을 했기 때문이다.

    주경철 <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 >

    ADVERTISEMENT

    1. 1

      감기라며 수액 맞던 50대 2명…훔쳐온 프로포폴 자체 투약

      성형 시술받은 병원에서 프로포폴을 훔쳐 다른 병원에서 수액과 함께 투약한 50대 두 명이 경찰에 검거됐다.청주 상당경찰서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50대 A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11일 밝혔다.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달 24일 청주의 한 병원에서 수액을 처방받은 뒤 앞서 성형외과에서 훔쳐 온 프로포폴을 수액에 섞어 자체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이들은 허위로 감기 증세를 호소해 수액 처방을 받아 맞던 도중 프로포폴을 수액에 섞은 사실이 병원 관계자에 의해 적발됐다.경찰 조사 결과, A씨는 같은 날 성형외과에서 시술받은 뒤 병원 관계자들이 없는 틈을 타 주위에 있던 의료폐기물 보관함에서 프로포폴이 일부 들어있던 주사기(20cc)를 훔쳐 지인과 함께 이같이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경찰은 A씨 등을 상대로 여죄를 조사 중이다.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2. 2

      퇴직금 안 주려 '소송 포기 각서' 들이밀었지만…반전 판결

      퇴직 직후 '향후 민사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합의서에 서명했더라도, 근로자가 권리 포기의 법적 의미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면 미지급 퇴직금을 전액 청구할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1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대전지방법원은 근로자 A씨가 B법인을 상대로 낸 미지급 퇴직금 청구 소송에서 사측의 주장을 배척하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사측 항소를 기각하며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봤다. A씨는 B법인에서 3년가량 일한 뒤 퇴사하며 사측이 내민 정산 합의서에 서명했다. 합의서에는 "향후 고용 및 근로관계에 관한 어떠한 민사소송도 제기하지 않는다"는 '부제소합의' 조항이 담겼다. 이후 A씨는 국가가 사업주 대신 체불 임금을 내주는 간이대지급금 제도를 통해 700만원을 수령했다. 하지만 본래 받아야 할 전체 퇴직금(약 1230만원)에는 턱없이 모자란 금액이었다.  이에 A씨는 공단의 도움을 받아 나머지 5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사측은 부제소합의를 근거로 "소송 자체가 부적법하며 이미 A씨가 퇴직금 청구권을 포기했다"고 맞섰다. 하지만 법원은 근로자의 손을 들어줬다. 해당 조항이 포기 대상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은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합의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합의 당시 A씨가 대지급금 700만원만으로 퇴직금 전액이 충당되지 않을 것을 예측했다고 볼 증거도 없고, 의미를 모른 채 서명한 합의서만으로는 남은 퇴직금 청구권까지 명확히 포기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사건을 대리한 심희정 공단 소속 변호사는 "사용자가 형식적인 합의서를 앞세워 사실상 잔여 임금과 퇴직금 청

    3. 3

      울산 택배영업소서 가스저장용기 폭발해 50대 작업자 '중상'

      11일 울산의 한 택배회사 영업소에서 배송 대기 중이던 이산화탄소 저장 용기가 폭발해 인근에 있던 작업자가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울산 남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43분께 남구에 있는 한 택배회사 영업소 물품 창고에서 이산화탄소 저장 용기가 터졌다. 인근에서 작업 중이던 이 회사의 50대 직원이 날라온 용기 파편에 다리를 크게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경찰은 10ℓ 용량 정도로 추정되는 이산화탄소 저장 용기가 배송 대기 중에 파열된 것으로 보고 목격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또 해당 용기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맡겨 감식하고, 용기 제조 과정이나 보관 상의 결함 또는 과실이 없었는지 등을 살펴볼 계획이다.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