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국 프랑스 등 연합국이 19일 밤과 20일 새벽에 걸쳐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를 비롯한 주요 도시와 지중해 연안 군사기지에 대대적인 공습을 단행했다. 프랑스와 영국의 전투기,영국 미국 이탈리아 캐나다 군함 등 5개국의 군사력이 동원됐다. 미국은 추가 공습을 예고했지만 카다피는 결사항전을 공언했다. 시민군 본거지인 벵가지를 공격하던 카다피군은 이번 공습으로 큰 타격을 받아 내전의 양상도 크게 영향을 받게 됐다.

◆안보리 결의 이틀 만에 전격 공습

'오디세이 새벽'은 19일 오후 6시30쯤 (현지시간) 프랑스 전투기의 폭격으로 시작됐다. 프랑스의 라팔 · 미라주 등 20여대의 전투기가 시민군 거점인 벵가지 인근에 있는 카다피군의 탱크와 군용차량을 공격했다. 알자지라는 프랑스 전투기가 벵가지 남서부에서 카다피군 탱크 4대를 파괴했다고 보도했다. 트리폴리 외곽과 미스라타 시르테의 공군기지에도 공습이 진행됐다고 BBC가 전했다.

오후 8시쯤부터는 지중해에 있는 20여대의 미국과 영국 군함에서 토마호크 미사일 124발이 리비아 연안의 군사기지를 향해 발사됐다. 윌리엄 고트니 미 해군 중장은 "지중해에는 11척의 미군 전투함을 포함 25척의 연합국 전함이 배치돼 있다"며 "이 전함들이 리비아 해안의 대공방어시설과 레이더 기지 20여곳을 타격했다"고 설명했다. 리비아군의 정확한 피해상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는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며 "추가 공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습은 전격적으로 시행됐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아므르 모사 아랍연맹 사무총장,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등은 19일 파리에서 22개국이 참여한 주요국 회의를 열고 리비아에 대한 안보리 결의안 이행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안보리 결의안 통과 후 휴전 움직임을 보이던 카다피 측이 이날 벵가지 공습을 재개하자 연합국은 회의가 끝나기도 전에 군사작전에 돌입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한 관계자는 "전쟁을 중단하라는 유엔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카다피가 벵가지 공격을 재개했다"며 "시민군을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브라질을 방문 중인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현지에서 발표한 성명서에서 "독재자가 국민에게 자비가 없을 것이라고 위협하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며 군사력 사용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카다피,결사항전 의사 밝혀

공습이 일어나자 카다피군은 즉각 대공포로 응사해 비행기 1대를 격추시켰다고 리비아 국영TV가 보도했다. 그러나 프랑스 정부는 이 보도를 부인했다. 리비아에서는 19일 밤 공습으로 48명이 사망하고 150명이 부상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영방송들은 중부 미스라타에서는 연료저장 탱크가 파괴됐고,트리폴리 교외의 병원도 폭격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20일 새벽 공습에서는 일부 폭탄이 카다피의 관저인 '바브 알-아지지야' 인근에 떨어지기도 했다.

카다피는 연합군의 군사작전을 '식민지화를 위한 공격'으로 규정하고 결사항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영TV에서 방송된 연설에서 "리비아의 독립과 통일을 위해 모든 무기를 동원해 싸우겠다"며 "시민에게 무기고를 개방하겠다"고 말했다. 리비아 외무부는 성명을 내고 "연합국이 유엔 회원국인 리비아를 공격해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며 유엔에 안보리 소집을 요구했다.

한편 트리폴리에 있는 카다피의 관저에는 수백명의 지지자들이 인간방패를 형성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이들 중에는 여성과 어린이가 상당수 포함돼 있으며 카다피군의 가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관영 뉴스통신 자나는 리비아 정부가 100만명 이상의 국민들에게 무기를 나눠주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