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수습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해운 · 항공에 걸쳐 물류대란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 대형 선사들은 방사성 물질 오염을 우려해 17일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일본 항만에 기항하지 않기로 결정,태평양(미주) 노선의 해운 물류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이날 "미주에서 온 선박이 지난 12일 일본을 거치지 않고 바로 부산항으로 왔다"며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한 일본 기항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해운도 상황이 악화되면 일본 입항을 전면 재검토키로 했다.

이날 부산항에서는 장금상선 소속 선박 2척이 일본으로 출발하지 못하고 이틀째 대기했다. 또 지난 15일 부산항을 출발,일본 요코하마를 거쳐 남미로 갈 예정이던 유럽계 대형 컨테이너 선박이 요코하마항 도착을 불과 2시간 남겨두고 부산항으로 회항했다. 방사선 노출 위험이 커 선원들이 입항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한국선주협회는 이날 국내 회원사 180여곳에 "일본과 태평양 경유 선박들은 방사선 오염 가능 지역을 피해 우회 운항하라"는 권고 안내문을 보냈다.

일본 정부는 이날 자위대 헬리콥터 2대를 동원해 냉각수를 살포하는 등 후쿠시마 제1원전의 추가 폭발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원전 2~4호기에서 여전히 수증기로 보이는 하얀 기체가 피어오르고,원전에서 400㎞ 떨어진 지역에서까지 후쿠시마 원전에서 날아온 것으로 보이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는 등 사태가 진정되지 않고 있다.

프랑스 원자력연구기관인 '방사능 보호 및 핵안전연구소(IRSN)'의 티에리 샤를 소장은 이날 "앞으로 48시간이 최대 고비"라며 "그러나 대지진 이후 (일본 정부의) 어떤 대책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점으로 볼 때 전망은 비관적"이라고 말했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그레고리 재스코 위원장은 "원전 4호기의 사용 후 핵연료봉을 보관하는 수조에 냉각수가 남아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은 폐연료봉이 대기에 노출되면 최악의 경우 핵분열(폭발)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김동민/안재석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