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미문의 일본 대지진 사태에 엔화도 초강세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밤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13엔 급락하면서(엔화 가치 상승) 79.58엔으로 마감했다. 엔화는 16년 만에 지난 1995년 3월에 기록한 전 최저점인 미 달러화 대비 79.75엔을 밑돌았다.

◇엔화 초강세 흐름은 투기 세력 때문?

엔화 초강세 흐름은 17일 오전 아시아 외환시장에서도 이어졌다. 호주 시드니 외환시장에서 추가 하락하며 76.48엔까지 기록했다가 이후 78엔대 후반까지 낙폭을 만회했다.

오전 10시 20분 현재 엔달러 환율은 일본은행(BOJ)의 긴급자금 투입과 직접개입 경계감에 낙폭을 더 줄이며 79.68엔에 거래 중이다.

이날 BOJ는 엔화 강세와 주식시장 폭락을 막기 위해 공개시장조작으로 시장에 당일 만기 자금 5조엔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앞서 BOJ는 지난 14일에 15조엔, 15일에 8조엔, 16일에는 5조엔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이진우 NH투자선물 센터장은 시장에서 엔화 강세 이유로 꼽히고 있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보험금 수요 급증 △해외 투자자의 본국 송금 수요 등에 대해 "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다양한 이유들로 엔고 현상을 설명하려고 있다"며 "그러나 전일 급락(엔화 가치 상승)은 투기 세력의 움직임에 따른 배팅 가능성도 크다"고 풀이했다.

특히 "엔달러 환율이 76엔대까지 빠진 뒤 손절이 나오는 과정에서 단숨에 다시 80엔 부근을 회복했다"며 "바닥을 한번 확인했기 때문에 더 내려가긴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BOJ 직접 개입 시도할까

17일 요사노 가오루 일본 경제상도 엔 강세에 투기세력이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요사노 일 경제상은 "엔강세 움직임은 투기세력 움직임에 의한 것"이라며 "기관투자가들의 엔화 본국 송금 움직임이 엔강세를 이끌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서울 외환시장 참가자는 "일 정부가 엔고 현상에 대해 '본국 송금 수요'가 아닌 '투기 세력' 탓이라고 언급하는 것은 외환 당국의 직접 개입을 위한 명분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추측했다.

또 요사노 일 경제상은 "일본 생명·비생명보험업체들이 대지진으로 지급해야할 금액은 5000억엔 미만일 것"이라며 일본 경제에 대해서도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도 이번 사태가 GDP를 깎아 먹는 비율이 0.1-0.2%에 불과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한편 앞서 노다 요시히코 일 재무상은 엔화 강세에 대해 "시장을 예의주시하겠다"면서 환율 개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와 관련해 코멘트하지 않겠다"고 말을 아꼈다.

노다 재무상은 엔고 현상에 대해서는 "거래량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여러 추측들이 얽혀 날카로운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고 언급했다.

◇ '불안한' 후쿠시마 원전

일본 원자력 발전소 사태에 대한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아마노 유키야 국제원자력기국(IAEA) 사무총장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전일 스티븐 추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부분적으로 노심용해(Melt down)가 발생했다"고 언급했으며, 후쿠시마 원전 반경 80km 이내에 거주하는 미국 시민들에게 대피할 것을 요청했다.

권터 외팅거 유럽연합(EU) 에너지 담당 집행위원은 "일본인의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재앙이 닥칠 수 있다"며 도쿄전력의 발표와 정부 발표에 차이가 있어서 누출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17일 오전부터 후쿠시마 원전 3·4호기에 대해 자위대 헬기가 동원돼 냉각수 살포가 진행 중이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