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철 총장, 대지진 참사 위로
"가족 걱정에 밥 먹는 것도 죄송"…일부 학생들 "귀국 하겠다"
"가족 걱정에 밥 먹는 것도 죄송"…일부 학생들 "귀국 하겠다"
묵념이 시작되자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남학생들은 애써 울음을 삼켰고 여학생들은 참았던 눈물을 왈칵 쏟았다.
16일 낮 12시 고려대 인촌기념관.이 대학에 다니는 교환학생 어학연수생 등 일본인 학생 110명이 모였다. 김병철 총장이 마련한 위로의 오찬자리에서 였다.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동향 출신 친구들과 안부를 물으며 서로를 위로했다.
시노나 씨(36 · 중일어문학 석사과정)는 그날의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표정이었다. 그는 "쓰나미가 일어난 직후 미야기현에 있는 가족들과 연락이 끊겼다"며 "인터넷 항공 사진으로 집이 있던 마을 전체가 쓸려간 것을 보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고 말했다. "다행히 엊그제 일본 경찰로부터 가족들이 무사하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학생들은 일본에 있는 가족 · 지인들이 걱정되지만 당장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미야기현 센다이시에 있는 도호쿠대에서 교환학생으로 온 아베 이쿠미 씨(24)는 "가족이 사는 야마가타현 집에는 큰 피해가 없어 다행이지만 여기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게 너무 슬프다"고 말했다. 국제어학원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시로야 하루코 씨(21 · 와세다대)는 "인터넷 등을 통해 처참한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쓰나미가 덮치기 1주일 전 한국에 온 아오키 이즈미 씨(20 · 도쿄)는 "집을 떠나자마자 이런 일이 터져 당황스럽다"며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 너무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1년을 지낸 호소네 쇼헤이 씨(23 · 간다외대)는 "지바현에 있는 가족과 전화 연락이 되지 않아 일본으로 돌아가려 했는데 뒤늦게 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안도했다. 그는 "먹을 것이 없어 고생하고 있다는 아버지의 말씀에 한국에서 밥을 먹고 있는 것도 죄송스럽게 여겨졌다"며 고개를 떨궜다.
식사가 끝날 무렵인 낮 12시52분께 지바현 인근 해상에서 또다시 지진이 발생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학생들이 순간 동요했지만 별다른 피해가 없다는 소식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일부 학생은 조기 귀국하기로 했다. 피해지역 중 한 곳인 이와테현 출신 아베 가오리 씨(22)는 "당초 다음달 연수를 마치고 돌아갈 예정이었지만 가족들이 걱정돼 이번 주말 귀국할 계획"이라고 했다.
피해자를 위한 모금 활동에도 나섰다. 야마다 마사후미 씨(28 · 리츠메이칸대)는 "일본인 친구들끼리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고민하다 모금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일본인 학생들은 교내 강의실을 돌며 성금을 모을 계획이다.
김 총장은 일본인 유학생들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의사를 밝혔다. 그는 "일본 학생들을 특별보호 대상으로 정해 도움을 요청하면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일규/하헌형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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