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히터 지진계로 '진도' 9.0의 지진 X
리히터 '규모' 9.0의 지진' O

일본 기상청이 지진 규모를 9.0으로 수정 발표해 20세기 이후 4번째로 강력한 지진으로 기록된 '3.11 일본 대지진'은 얼마나 큰 규모일까. 그러나 지진 규모 관련 발표가 자주 바뀌고 낯선 용어 탓에 이에 대한 혼동을 주는 경우도 많다. 특히 분명히 의미가 다른 지진의 '규모'와 '진도'에 대한 의미를 정리해봤다.

'규모(magnitude·M)'와 '진도(震度, seismic intensity)'의 개념은…

하나의 지진에 대해 여러 지역에서 '규모'는 동일하지만 진도의 '단계'는 달라질 수 있다. 규모는 지진 크기를 나타내는 척도로 '절대적' 개념이고 '상대적' 개념인 진도와는 다른 개념이기 때문이다.

지진의 규모는 1935년 이 개념을 처음 도입한 미국의 지질학자 찰스 리히터(C.Richter)의 이름을 따서 '리히터 스케일(Richter scale)'이라고도 한다.

이는 지진계에 기록된 지진파의 진폭, 주기, 진앙 등을 계산해 산출되며 지진파로 인해 발생한 총에너지의 크기이자 계측관측에 의해 계산된 객관적 지수다.

예를 들어 M9.0이라고 표현할 때 M은 규모(magnitude)를 의미하고 수치는 소수 1자리까지 나타내며, '리히터 스케일 혹은 리히터 규모 5.6의 지진' 또는 '규모 5.6의 지진'라 표현된다.

따라서 '리히터 지진계로 진도 5.6의 지진'은 틀린 표현이다.

반면 '진도'는 지진이 일어났을 때 사람의 느낌이나 주변의 물체 또는 구조물의 흔들림 정도를 정해진 설문을 기준으로 계급화한 수치로 표현한 것이다. 최근에는 계측기에 의해서 직접 관측한 값을 쓰는 경우도 많다. 또 진도의 단계는 세계적으로 통일되어 있지 않으며 나라마다 실정에 맞는 척도를 채택하고 있다.

◆일본 대지진의 규모는?

규모 1.0의 강도는 60t의 폭약(TNT)의 힘에 해당하며 규모가 1.0 증가할 때마다 지진 에너지는 30배씩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규모 9의 지진은 규모 8의 지진보다 30배 이상 강력하고, 규모 7의 지진보다는 900배(30×30배)가 크다.

규모 1.0의 강도는 60t 폭약(TNT)의 힘에 해당하며, 6.0 정도면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과 같은 에너지로 분석되고 있다. 이번 지진은 산술적으로 히로시마 원폭의 2만7000배에 이르는 규모라는 설명이다.

또 규모 8.5 정도가 되면 지구상에서 발생하는 최대급 지진으로, 이 에너지는 10만㎾급 발전소가 약 100년 걸려서 발전하는 전력과 맞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일본 주변에서 일어나는 지진은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지진의 약 10%로, 통계적으로 보면 규모 8.0 정도는 10년에 1회 정도, 규모 7.0 정도는 연 1회, 규모 6.0-7.0의 지진은 연 10회, 규모 5.0은 연 100회 정도 발생하고 있다.

지금까지 관측된 가장 강력한 지진은 1960년 5월 칠레에서 발생한 '발디비아 지진'으로 규모가 9.5였으며, 1964년 알래스카 지진(규모 9.2)이 2위, 2004년 수마트라 지진(9.1)이 3위를 기록했다. 이어 지난 1952년 러시아 캄차카 반도에서 발생한 대지진(규모 9.0)이 이번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과 같다.

기상청에 따르면 한반도의 경우 1980년 1월8일 평안북도 서부 의주-삭주-귀성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5.3)이 가장 큰 규모였고 2004년 5월29일 경상북도 울진에서 동쪽으로 약80km 떨어진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5.2)이 두 번째로 큰 지진이었다.
◆지진 규모에 따른 사람의 느낌이나 사물의 피해 정도
규모 3.5미만 : 사람이 거의 느끼지 못하지만 기록된다
규모 3.5-5.4 : 가끔 느껴지고 미약한 피해가 발생한다(창문 흔들리고 물건 떨어짐)
규모 5.5-6.0 : 건물에 약간의 손상이 온다(벽균열, 서있기 곤란)
규모 6.1-6.9 : 사람이 사는 곳이 파괴될 수 있다(가옥 30% 이하 파괴)
규모 7.0-7.9 : 큰 피해를 야기한다(가옥 전파, 교량 파괴, 산사태, 지각 균열)
규모 8.0 이상: 거대한 지진으로 모든 마을이 파괴된다.

지진 관련 용어정리
◆진원(震源, seismic center)
최초로 지진파가 발생한 지역을 가리킨다. 지진의 원인인 암석 파괴가 시작된 곳으로 위도와 경도, 지표로부터의 깊이로 표시한다.

◆진앙(震央, seismic epicenter)
진원의 지표면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지진이 일어날 때 피해가 가장 큰 지역이다.
지진 규모 7 이상이고 진앙이 해저인 지진이 발생하면 쓰나미(지진해일)가 발생하기도 한다.

◆쓰나미(tsunami) = 해저에서 급격한 지각변동으로 발생하는 파장이 긴 해일을 일컫는다. 지진 해일이라고도 한다. 태풍 또는 저기압에 의해 생기는 해일을 폭풍 해일 또는 저기압 해일이라고 하는 것과 구별된다. 대개 30km이내의 얕은 진원을 가진 진도 7 이상의 지진과 함께 일어난다. 해저 화산 등으로 토사가 함몰되거나 핵폭발에 의해서도 발생한다.

◆여진
어느 제한된 지각구조내에서 일어난 일련의 지진들 중 가장 큰 지진 이후 발생한 작은 지진.

◆전진(前震)
어느 제한된 지각구조 내에서 일어난 일련의 지진들 중 가장 큰 지진 이전에 발생한 작은 지진들.

◆판 구조론 : 판구조론은 지진이 단층운동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할 때 단층을 움직이는 근본적 힘을 설명해 주는 이론이다. 이에 따르면 지구 표층이라고 하는 암석권이 유라시아판 태평양판 북미판 등 10여 개 판으로 나뉘는데 이들은 각각 서로 부딪치거나 밀리고 포개지기도 하면서 매년 수 센티미터(cm) 속도로 맨틀 위를 이동하고 있다.

일본은 이른바 '불의 고리(Ring of Fire)'라 불리는 세계 주요 지진대와 화산대 활동이 중첩된 지역에 있다. 불의 고리는 환태평양 화산대인 동시에 판구조론에서 말하는 판 중 가장 큰 태평양판 가장자리를 말한다.

한경닷컴 김동훈 기자 d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