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간 나오토 총리가 벼랑 끝에 서 있다. 고속도로 무료화,자녀수당 등 선거공약 수정을 둘러싼 논란으로 새해(2011년 4월~2012년 3월) 예산안 부수 법안의 국회 통과가 불투명한 가운데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외상이 불법 정치자금 문제로 물러나 정권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간 총리는 지난 6일 저녁 총리 공관으로 사표를 들고 온 마에하라 외상을 만나 2시간 가까이 사임을 강력히 만류했다. 정치적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간 총리에게 마에하라 외상의 사표 수리는 그만큼 아픈 결정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친한 재일 한국인에게서 5년간 25만엔(340만원)의 정치기부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 외상직에서 사퇴한 마에하라 의원은 간 총리의 든든한 후원자였다. 당내에선 반(反)오자와파의 핵심으로 간 총리의 방패 역할을 했고,'젊고 개혁적'이란 이미지로 '포스트 간 나오토'를 이끌 강력한 차기 총리 후보였다.

그런 마에하라 의원이 외상에서 낙마한 것은 간 총리의 무장해제를 의미한다. 간 총리는 야당과 오자와계의 공세로 최측근인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대표대행을 지난 1월 관방장관직에서 내보낸 데 이어 마에하라 외상까지 물러나 내각의 오른팔과 왼팔을 모두 잃게 됐다.

여당인 민주당 입장에선 간 총리의 후계 문제도 골치 아프게 됐다. 오카다 가쓰야 간사장을 제외하면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재무상과 센고쿠 대표대행 등 간 총리 진영의 유력 주자들이 모두 정치자금 문제 등으로 내상을 입은 상태다.

자민당 등 야당은 여세를 몰아 전업주부의 연금 구제와 관련한 국회 답변이 오락가락한 호소카와 리쓰오(細川律夫) 후생노동상까지 흔들고 있다.

주요 각료들을 잇따라 무너뜨린 뒤 간 총리의 문책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전략이다. 문책결의안 자체로는 법적 효력이 없지만,간 총리가 요구하는 소비세(부가가치세) 인상 등의 여야 협의 가능성을 틀어막아 정권을 궁지로 몰겠다는 속셈이다. 여론도 '간 총리 퇴진' 요구에 동조하고 있다. 7일 요미우리신문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간 총리가) 빨리 물러나길 바란다'는 여론이 51%에 달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