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제ㆍ위장약 등 직접 골라
1998년부터 세 차례 제도 개혁
등록판매자 制로 오ㆍ남용 줄여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우리나라는 감기약 슈퍼판매가 되고 있습니까"라고 말하면서 촉발된 '일반약 슈퍼판매' 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최근 복지부는 대한의사협회,대한약사회,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녹색소비자연대 등이 참여하는 회의를 주재,이 문제의 공론화 작업에 착수했다.
그렇다면 한국과 의약품 관련 제도가 비슷한 일본은 어떨까. 최근 도쿄 시내의 한 슈퍼마켓 의약품 판매코너를 찾았다. 이곳에서는 감기약,해열진통제,위장약,소화제 등을 팔고 있었다. 의약품 코너에는 '제2류 의약품'과 '제3류 의약품'이 따로 진열돼 있으며,이들 의약품은 소비자가 직접 골라서 구입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약국에서 약사의 관리를 통해서만 살 수 있는 제품들이다. 진해거담제인 용각산도 제2류 진열대에 놓여 있었다.
물론 일본도 일부 모발용제 등 안전성에 특별한 주의를 요하는 의약품은 '제1류'로 분류,약국 외 판매를 금하고 있다.
의약품 코너에서 소화제를 산 구로키 아야(23)는 "소화제와 감기약을 주로 구입한다"며 "제품에 표기된 복용설명서를 숙지한 후 구입하기 때문에 안전성 문제는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반약의 약국 외 판매를 전면 금지했던 일본은 1998년,2004년,2009년 세 차례 개혁을 통해 단계적으로 규제를 풀었다.
의료전문지 라큐쇼 료쓰타임스의 아유하 다카오 대표는 "일본의 의약품 판매제도 개혁은 소비자의 편의성과 함께 안전성이 동시에 고려되는 사회적 효율성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그는 "개혁을 추진할 당시 약사회와 후생노동성이 강하게 반대했으나 사회적 효율성 제고란 대의명분과 함께 소매점 판매의약품 선정에 대한 과학적 접근,단계적 허용을 통해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은 2009년 3차개혁을 통해 대부분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안전상에 특별한 주의를 요하는 성분을 포함하는 의약품'을 '제1류'로 분류하고 있지만 이는 일반약 중 5% 정도에 불과하다.
아유하 대표는 "일본은 당시 '전문약-일반약'으로 분류된 약사법을 손질하는 대신 후생성 고시를 통해 일반약 중 안전성이 검증된 제품을 의약외품으로 재분류하는 방법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약사법 개정에 따른 시간을 줄이고,단계적으로 의약외품 수를 늘리면서 약사회 등의 반발도 희석시킬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일본은 1998년 1차로 15개 품목,2004년 15개 제품군 371개 품목으로 늘린 데 이어 2009년 6월 전체 일반약의 95%를 소매점에서 팔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꿨다.
대신 일본은 슈퍼마켓 아르바이트생 등의 무분별한 판매로 인한 부작용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등록판매자제도를 신설했다. 등록판매자는 의약외품을 취급할 수 있는 전문판매직원으로,고졸 이상이면 누구나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현재 일본 슈퍼마켓 등에서는 3만여명의 등록판매자가 현업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도쿄=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