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이 차갑고 속이 냉하며 생리불순과 생리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에게 흔히 권장되는 음식 중 하나가 옻닭이다. 옻(漆)은 성질이 뜨겁고 강한 알레르기를 유발한다. 신중하게 사용하지 않으면 전신에 심한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으나 체질에만 맞으면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톡톡한 효과를 볼 수 있다.

2002년 전국 의대 피부과에서 공동 연구한 결과 옻닭을 먹었던 171명 가운데 32%인 55명이 온몸에 발진과 물집이 생기는 전신성 · 접촉성 알레르기를 보였다. 알레르기는 옻나무 수지(樹脂)속에 들어있는 페놀성 물질인 우루시올과 하이드로우루시올에 의해 일어난다. 옻에 예민한 사람은 우루시올 1㎍만 피부에 닿아도 접촉성 피부염이 생기고,하이드로우루시올은 독성이 약해 100㎍ 정도에 피부염이 유발된다.

옻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온몸이 붓고 가려우며 열이 난다. 심한 사람은 기관지점막이 부어서 호흡곤란이 나타나고 혈압이 떨어져 쇼크에 빠진다. 옻을 처음 경험했을 때 알레르기가 생긴 사람이 조금씩 계속 먹으면 면역이 생겨 괜찮겠지 생각하지만 실제는 두 번째 먹을 경우 소량만 먹어도 알레르기가 더 심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옻독만 주의하면 옻은 인삼보다 훨씬 값싸고,오가피보다 효과는 강하고 부작용(속쓰림 복통)이 적은 약재다. 옻은 성질이 따스해 혈액순환과 기혈소통을 촉진하고 뭉친 피를 풀어준다. 이 때문에 허약체질이나 양기가 부족한 사람들이 옻을 먹은 뒤 속과 손발이 따스해지는 효과를 봤다는 사람이 약 7%에 달한다.

인체는 여름철에 피부혈관을 넓히고 혈류량을 증가시켜 체열을 발산시킨다. 이로 인해 위나 장 등 몸속 장기들이 상대적으로 차가워지면 잦은 찬 음식에 배탈 설사를 일으키게 된다. 반면 겨울에는 피부혈관을 수축시키고 혈류량을 줄여 체온을 보호한다. 하지만 이런 메커니즘이 지나치면 손발이 차가워져 남과 악수하는 것조차 두려울 정도가 된다. 이런 이유로 여름에 더위로 진이 빠질 때,겨울에 몸이 차가워질 때 옻닭이나 삼계탕 등을 먹어왔던 것이다.

옻이 열을 낸다는 것은 사실 수지 성분의 알레르기 반응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 우루시올이나 하이드로우루시올을 제거하면 알레르기나 체열상승 반응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다만 최근의 연구결과 옻이 신생혈관을 덜 만드는 대신 혈관 내벽에 혈전을 형성시키는 플라크를 녹여 혈액순환을 왕성하게 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옻은 피로감을 가시게 하고 면역력과 정력을 증강시키는 효과도 있다. 비아그라를 복용해도 효과를 보지 못하는 발기부전 환자가 20%에 달한다. 양기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인데 이런 사람들은 옻닭이 주효할 수 있다.

[병을 이기는 음식] 옻, 알레르기 반응만 없다면…인삼보다 저렴한 혈액순환·정력 증강제
옻은 몸이 차가워서 약간의 기온 변화에도 금세 감기에 걸리고,생리불순이 잦으며,맥이 느리거나 약한 사람에게 유익하다. 그러나 몸에 열이 많고 더운 것을 싫어하거나,밥 먹을 때 땀을 흘리거나,간경화가 있는 사람은 피해야 한다. 또 상처가 잘 아물지 않는 방향으로 작용하므로 유의할 필요가 있다. 옻은 6개월 이상 건조한 것을 사용해야 안전하고 1회 복용량도 80g을 초과하면 안된다. 옻을 닭과 같이 삶는 것은 옻독을 단백질로 중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옻나무를 발효시키거나 10시간 가까이 고열로 쪄 알레르기 유발물질을 휘발시키면 더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다.

김달래 < 강동경희대병원 사상체질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