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수정안을 내놓기는 했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불만이다. 정부가 산업계의 최대 우려사항인 '도입 시기'는 그대로 놔둔 채 부수적인 사안들에 대해서만 한발 물러서는 식으로 배출권거래제를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내에서도 법안 발의를 주도한 녹색성장위원회와 환경부는 2013년 도입 방침을 고수하는 반면 산업계를 대변하는 지식경제부는 2015년 이후로 도입 시기를 늦춰야 한다며 엇박자를 내고 있다.

◆재계 "비용 부담+투기 우려"

기업들은 환경부 수정안대로 2013~2015년 무상할당 비율이 90%에서 95%로 높아져도 여전히 비용 부담이 크다는 반응이다. 예컨대 한 해 약 7000만t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철강업체 A사의 경우 배출량의 5%인 350만t을 정부로부터 사와야 한다. 배출권 가격이 t당 1만원이라면 연간 350억원의 환경 비용이 든다.

물론 에너지 절감을 통해 할당량보다 배출량을 줄이면 나중에 시장에 배출권을 내다 팔아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반대로 할당량보다 배출량이 많으면 시장에서 배출권을 사와야 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선 '설상가상'의 상황에 빠지게 된다. 산업계가 도입 초기 무상할당 비율을 100%로 높여야 한다고 요구하는 이유다.

문제는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철강 화학 등이 주력산업이란 점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배출권거래제가 도입되면 철강 화학 등 주요 업종의 연간 매출이 최대 12조원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배출권이 투기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정부는 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일반 개인이나 법인이 주식처럼 배출권을 사고파는 것을 허용할 계획이다.

◆2013년 vs 2015년 이후

최대 쟁점인 도입 시기는 여전히 평행선이다. 녹색성장위원회와 환경부는 '2020년 전망치 대비 30%'라는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13년부터 도입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만의 환경부 장관은 25일 산업계 간담회에서 배출권거래제 조기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을 20번 넘게 언급하기도 했다. '2013년 도입이 이 대통령의 뜻'이란 점을 강조한 것이다.

반면 산업계와 지경부는 새로운 제도를 갑작스럽게 도입하는 것은 이중규제라며 맞서고 있다. 중국 미국 인도 일본 등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이 배출권거래제 도입에 소극적이라는 점도 기업들이 걱정하는 이유다. 한국만 도입하면 국내 기업들만 국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일본은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저울질하다 지난해 12월 말 각료회의에서 무기한 연기하기로 입장을 바꿨다.

산업계는 이에 따라 이날 녹색위와 별도의 간담회에서 "도입 시기를 2015년 이후로 늦춰달라"고 공식 요구했다. 또 배출권거래제 전담 부처를 부문별로 나눠달라고 제시했다.

주용석/최진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