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자동차는 준중형차인 라세티 프리미어의 수동변속기 모델을 최근 단종했다. 마니아층을 제외할 경우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다. 기아자동차는 같은 이유로 디젤 엔진을 얹은 포르테를 지난 9월부터 생산하지 않고 있다.

수동변속기 모델이나 디젤 승용차는 국내에서 관심권 밖이다. 하지만 자동차의 본고장인 유럽에선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점에서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설자리 잃은 수동 모델


기아자동차 모닝의 수동모델 비중은 2008년 8.8%였다가 작년 7.5%로 떨어졌다. 올 1~3분기엔 6.8%까지 낮아졌다. 차량 고급화에 따른 현상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반면 유럽에선 여전히 신차 두 대 중 한 대꼴로 수동 모델이 팔린다.

모닝뿐만이 아니다. 스포티지의 경우 수동모델 비중이 작년 3.9%에서 올해 1.8%로 떨어졌고,박스카 쏘울 역시 같은 기간 3.0%에서 2.0%로 낮아졌다.

수동 모델에 대한 인기가 줄어드는 것은 변속기를 조작하기가 불편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수동 모델의 장점은 적지 않다. 우선 효율성이 자동변속기 모델보다 20% 안팎 높아 연료를 절약할 수 있다. 급발진 사고 위험이 없으며,가격 역시 자동 모델보다 100만원 안팎 저렴하 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학)는 "요즘엔 수동 모델을 찾기가 어렵다 보니 울며 겨자 먹기로 자동변속기 모델을 구입하는 경향까지 생기고 있다"며 "기름값이 높은 요즘엔 수동 모델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는 만큼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디젤 승용차는 '단종' 모드

국산차 중에서 디젤 승용차는 아예 찾기가 어렵다. 경유차가 시끄럽고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한다는 통념 탓이다. 현대자동차 i30 디젤 모델은 작년 한 해 동안 881대 판매됐고,올 들어 3분기까지 648대 팔리는 데 그쳤다. 올 1~3분기 i30 전체 판매량(7534대) 중 디젤 모델은 8.6% 수준에 불과하다.

프라이드 디젤형 역시 외면받고 있다. 작년 국내에서 판매된 프라이드 1만8532대 중 디젤 엔진을 얹은 차량은 2677대 정도였다. 올 1~9월엔 1만414대 중 2637대가 디젤차였다. 디젤형 비중이 20% 선에 그친 것이다.

반면 유럽에선 디젤 승용차가 전체 판매량의 50% 이상 차지하고 있다. 디젤차의 연료 효율성이 휘발유차보다 30% 정도 높아서다. 국내에선 경유값이 휘발유값보다 ℓ당 약 200원 저렴해 판매 환경에서 더욱 유리하다.



국산차 업체들이 디젤 승용차 양산에 소극적이지만,유럽 수입차 업체들은 디젤 라인업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주력인 골프와 파사트에 이어 대형 세단 페이톤에까지 디젤 엔진을 장착했다. 푸조는 뛰어난 연비를 내는 308 MCP 등 디젤 승용차로 국내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BMW는 최고급 세단 7시리즈의 디젤형을 최근 내놨다. 최고출력 245마력의 힘을 내는 730d 및 730Ld의 연비는 ℓ당 13.5㎞다. 휘발유 엔진을 장착한 웬만한 중 · 소형차보다도 연비가 좋다. 볼보코리아는 내년 초 C30 디젤 모델을 들여올 계획이다.


◆해치백 인기 하락

i30 출시로 불불었던 해치백(위로 여는 트렁크 문을 합해 문짝이 5개인 차량) 인기가 사그라들고 있다. i30의 뒤를 잇는 해치백 전용 모델도 나오지 않고 있다.

현대차는 이달 말 소형 해치백인 클릭 생산을 중단키로 했다. 2002년 출시된 클릭은 전체 생산량의 93~94%를 수출했다. 클릭은 올 1~11월 국내에서 3749대 팔리는 데 그쳤다. 작년보다 29.9% 줄어든 수치다. 포르테는 올 1~11월 3만9960 팔렸는데,이 중 해치백 비중은 3.2%(1283대)였다.

이 같은 해치백 인기 하락에도 불구하고 현대차는 내년 초 엑센트 해치백을,GM대우는 내년 상반기 시보레 아베오(해치백)를 각각 선보이며 시장 개척에 나설 계획이다.

해치백은 유럽에선 소형차 시장의 65%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다. 짐을 싣거나 주차하기 편한 도심형 모델로 각광받기 때문이다. 뒷좌석을 접어 실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으며,승차감이 일반 세단 수준으로 뛰어난 것도 장점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