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순 신한은행장이 검찰 수사발표 전이라도 자진사퇴하고 신한금융지주는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를 열어 후임 행장을 곧바로 뽑는 방안이 신한금융지주 내부에서 논의되고 있다. 이 행장은 검찰 기소가 확실하다고 보고 사퇴결심을 굳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금융은 불필요한 외부 개입을 막기 위해 이 행장이 사퇴하면 즉시 후임 행장을 뽑을 생각이어서 후임 행장 선임작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이 행장,검찰 기소 확정되면 사퇴

신한 내부에서는 검찰의 이 행장 기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신한 관계자는 "현재는 구속 기소냐,불구속 기소냐가 문제"라며 "검찰이 기소는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그동안 직원들에게 검찰이 기소하면 도덕적인 차원에서 사퇴할 수밖에 없다고 얘기해 왔다.

이 행장이 검찰 기소가 확실해진 상황에서 더 이상 행장 자리를 지키는 게 무의미하기 때문에 검찰 발표 전에라도 사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지난 13일부터 이 행장이 자진 사퇴할 수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한은행은 "그럴 가능성을 생각할 수는 있지만 현재 공식적으로 얘기되지는 않고 있다"며 "검찰 기소와 같은 계기가 있거나 사퇴할 만한 명분이 있다면 사퇴할 수 있지만 현 상황에서 이 행장의 사퇴 얘기는 일부의 추측일 뿐"이라고 밝혔다.

◆신한금융,16일 이사회 · 특위 개최

신한금융은 16일 임시이사회를 연다. 내년 사업계획을 승인하기 위한 이사회다. 신한금융은 이사회 멤버 9명으로 구성된 특별위원회도 이날 개최한다.

신한금융은 당초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도 이날 함께 열어 임기만료가 도래하는 은행 임원과 자회사 사장 인사도 함께 실시할 예정이었지만 검찰 수사발표가 임박했기 때문에 수사발표 후로 미루기로 했다.

신한금융은 이 행장이 사퇴 의사를 밝히면 바로 자경위를 열 예정이다. 자경위는 류시열 신한금융 회장과 전성빈 · 김병일 사외이사 등 3명으로 구성돼 있다.

자경위에서 후임 행장을 결정하면 신한금융은 바로 행장을 선임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신한금융의 100% 자회사이기 때문에 1인 주총을 열어 의결하면 된다.

이날 열리는 이사회에서는 후임 행장 선임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태관련자 안 된다" "세대교체해야"

후임 행장 선임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자 신한 내부에서는 후임 행장의 요건에 대해 여러 가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우선은 "이번 사태에서 어느 한쪽 편에 섰던 사람들은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사태를 주도했던 사람들이나 신 전 사장을 지지했던 사람들을 배제해야 조직 화합과 안정을 이룰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람을 후임 행장으로 선임할 경우 사태의 여진이 오래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과거 나쁜 관행을 없앨 수 있도록 세대교체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번 사태가 벌어진 원인 중 하나가 비서실의 부적절한 자금 운용,차명계좌 운용 등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관행 문제가 컸던 만큼 이를 일소할 수 있도록 세대교체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