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을 위한 은행,그라민은행이 흔들리고 있다. 방글라데시에 이 은행을 세워 노벨평화상을 받은 무하마드 유누스 총재(70 · 사진)가 대출금을 대거 횡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유누스 총재에 대한 노벨평화상 시상과 그라민은행 자금 지원에 관여한 노르웨이 정부는 최근 유누스 총재와 그의 측근들이 1억달러가량을 빼돌렸다는 주장이 나옴에 따라 자금 흐름에 대한 진상 조사에 나섰다고 영국 BBC방송이 3일 보도했다. 에리크 솔헤임 노르웨이 국제개발부 장관은 "그라민은행의 돈이 설립 목적과 달리 쓰였다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횡령 의혹을 제기한 덴마크의 다큐멘터리 감독 톰 하이네만은 "그라민은행이 있는 방글라데시와 인도 등을 다녀보니 당초 설립 취지와는 달리 금리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때문에 빈민들의 부채가 점점 증가해 소작농 사이에서 자살이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노르웨이 정부가 자금 유출 의혹을 제기하자 그라민은행은 노르웨이는 물론 스웨덴 독일 등으로부터 받은 지원금 3000만달러를 해당 정부에 돌려줬다"고 지적했다. 하이네만 감독은 이 같은 내용을 고발한 TV 프로그램을 제작했고 이는 노르웨이 국영방송에서 최근 방영됐다. 그라민은행 측은 이에 대해 부인한 뒤 "빠른 시일 안에 자세한 설명을 담은 성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현재 그라민은행은 8만4237개 마을에서 2544개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고객 가운데 97%가 여성이다. 지금까지 780만명이 79억달러 이상의 돈을 빌렸으며 대출자들이 서로 신용을 담보하는 시스템 덕분에 대출금 상환율은 98%에 이른다.

특히 빈민층에게 이동전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그라민폰,산골 마을에 전기를 공급하는 그라민샥티,어린이용 유제품을 생산하는 그라민다농 등 다양한 분야에서 30여개 공익사업 계열사를 두고 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그라민은행

방글라데시의 경제학자인 무하마드 유누스가 1976년 빈민들을 위해 27달러로 설립한 무담보 소액대출 은행.150달러 미만의 돈을 담보나 신원보증 없이 하위 25% 계층에만 대출해 왔다. 사회적 약자의 경제적 자립을 이끌어낸 공로로 유누스 총재는 2006년 그라민은행과 함께 노벨평화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라민은 벵골어(방글라데시 및 인도 공용어)로 '마을'이란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