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해적들이 어떻게 큰 배에 올라오는지 아세요? 아무 것도 안보이는 캄캄한 밤에 갈고리를 갑판에 걸고 기어올라온 뒤 점령합니다. 꼼짝없이 당하는 거지요. 그래서 요즘 해운사들은 해적들이 못 올라오게 날카로운 철조망을 치고 있습니다. "

대한해운 관계자는 "요즘 첨단 LNG선이나 탱커선에도 철조망을 두르고 아프리카 아덴만 주변의 위험항로를 운항한다"고 말했다. 첨단 전자감지 장비보다 원시적인 철조망이 효과 만점이라는 설명이다. 선박 아래에서 갑판에 갈고리를 걸고 올라오더라도 철조망에 걸려 선상으로 올라오지 못한다는 것.

해적 출몰 해상인 아프리카 아덴만을 항해하는 선사들이 해적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일단 해적들에게 납치됐다 하면 선박 값과 선원 몸값으로 최소 100억원 이상 지불해야 하는 등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물대포,철조망으로 무장

최근 선사들이 해적 침투방지책으로 쓰고 있는 것 중 하나는 물대포다. SK해운은 최근 선박에 물대포를 장착,성능테스트를 하고 있다. 물대포는 서울 송정동에 있는 탱크안전밸브 전문생산업체인 탱크테크㈜(대표이사 주광일)가 개발한 일명 제트건(jet gun)이다. 선박으로 올라오는 해적들에게 고압의 물을 쏴 떨어뜨리는 방식이다. 선형에 관계없이 모든 선박에 설치할 수 있다. 물대포 한 대당 가격은 3500달러.선박 한대에 3~8개의 물대포를 설치하고 있다. 탱크테크 관계자는 "최근 들어 그리스 영국 이탈리아 싱가포르 등 외국 선박회사들의 문의도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선사들이 물대포를 설치하는 것은 선박에 총기를 비치할 수 없게 돼 있어서다.

철조망도 침투방지책 중 하나다. 위험지역을 항해하는 선박들은 아예 선박 전체에 높이 5m 이상되는 철조망을 두르고 항해한다. 대한해운 관계자는 "유조선이나 LNG선은 최소 500m 이상 철조망을 설치한다"고 말했다.

물대포나 철조망의 저지를 뚫고 해적이 진입했을 경우를 대비해 선박이나 해군이 구조하러올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는 선원대피공간(citadel)을 마련하는 선사도 늘고 있다. 이곳엔 무전기,비상식량 등이 구비돼 있다.

◆해적보험 가입 급증

현대해상화재보험 관계자는 "국내 처음으로 해적보험(kidnap & ransom insurance)을 선보였는데 최근 삼호드림호 등 국내 선박들이 잇달아 납치되면서 가입 선사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창명해운,STX팬오션,글로비스,대한해운,유코카케리어스,대림코퍼레이션 등이 보험에 가입했다.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대형 해운사는 선단(fleet) 단위로 국내외 해적보험상품에 가입했다. 중견 선사들도 보험가입에 나서고 있다. 선박보험브로커인 W씨(30)는 "삼호드림호 납치 이후 SK해운,인터해운 등 중소선사들이 신규 가입했다"고 말했다. 보험에 가입하면 납치사고 때 지불하는 비용을 보험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해운경기 악화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소형선사들은 보험료를 낼 여력이 없어 안전장치 없이 위험항로를 항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에 풀려난 삼호드림호 규모(32만t)의 선박 보험료는 연간 10만달러에서 15만달러 선.짐을 싣고 목적지에 한 번 갔다가 오는 1항차에만 4만~5만달러가 들어간다. 한 소형선사 관계자는 "아덴만 등 해적 출몰이 잦은 바다로 나가는 선원들에게 안전교육을 강화하는 게 거의 전부"라고 말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