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이 '현 정부는 평화 훼방꾼'이라는 발언을 했는지를 놓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이례적으로 공식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시 부주석이 한국 정부를 가리켜 '한반도 평화 훼방꾼'이라고 말했다는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을 공식 부인하고 나선 것이다.

마자오쉬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시 부주석이 '한국 정부가 한반도평화를 훼방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확인해 본 결과 이는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중국이 공식입장을 밝히자 여권은 총공세에 나섰다. 안형환 대변인은 중국이 공식 입장을 밝힌 직후 브리핑을 통해 "박 원내대표의 거짓말이 만천하에 드러난 셈"이라며 "한국 제1야당 원내대표의 수준이 이것밖에 안 되는 것인지 실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참모도 "박 원내대표가 거짓말쟁이라는 것은 본인 빼고는 다 안다"고 비난했다.

앞서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원내대표의 발언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며 "사실도 아닌 내용을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용하는 것은 국격을 떨어뜨리고 한 · 중 관계에 장애를 초래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정두언 최고위원도 "어떤 외교관은 '박 원내대표의 말 한마디로 대중 관계가 훼손됐고,외교관 10명이 10년 노력해도 복원하기 힘들게 됐다'고 말했다"며 "정치이익을 위해 국익을 훼손하는 사람이 제1야당 원내대표라는 게 창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원내대표는 서면을 통해 "저는 우리 정부의 강경일변도의 대북정책에 대한 전환을 촉구하기 위해 사실을 말한 것"이라면서도 "국익을 위한 차원에서 그 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민주당 내에서도 박 원내대표의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문희상 민주당 의원은 "차기 중국 지도자가 될 분과 우리 대통령이 관련된 발언을 쉽게 얘기하면 안된다는 생각"이라며 "(박 원내대표의 발언이) 진실일 것으로 추정하지만 부적절했다"고 말했다.

구동회/민지혜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