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양약품의 '노루모'는 반세기 넘는 동안 대한민국 대표 소화위장약으로 입지를 굳혀왔다. 국산소화제의 효시격인 이 약의 장수 비결은 무엇보다 뛰어난 효능 때문이다. 또 '국민의 속을 편안하게 하라'는 창업주의 제품개발 배경 및 저가격정책 등도 국민소화제로써 그 위상을 굳힐 수 있는 배경이 됐다.

노루모의 탄생은 소년 시절부터 위산과다로 자주 고통받아 왔던 일양약품 창업주 정형식 명예회장의 집념에서 비롯됐다. 정 명예회장은 자신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변변한 위장약이 없어 고생한다는 소리를 듣고 효과적인 제산제 개발에 착수,이 제품은 일양약품 창업의 발판이 됐다.

정 명예회장은 제약 개발자들과 밤을 세우면서 각종 문헌을 수집,조사하고 또한 직접 복용하는 등 연구를 거듭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연구 결과 수산화알루미늄에 중조를 넣어 산성을 억제하고,중화작용을 촉진시키면서 동시에 위장 신경안정제 등 각종 성분을 복합 처방한 소화제를 개발해 냈다.

정 명예회장은 이 약으로 자신의 위산과다를 치료할 수 있었고 주위사람들 역시 이 처방전으로 치료 효과를 보자 제품화에 나섰다. 이 복합처방에 직접 '노루모'라는 이름을 붙인 정 명예회장은 1957년 7월1일 정제 형태의 첫 제품을 출시했다.

제품의 효능과 시장성에 대해 자신있었던 정 명예회장은 당시로는 파격적인 광고마케팅을 도입,업계에 화제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노루모'정의 탄생을 알리는 신문광고를 필두로 이후 주요 일간지에 대대적인 광고를 통해 인기몰이를 한 것.이어 1958년 6월 산제 형태의 노루모를 선보이는 한편 주성분인 수산화알루미늄겔을 제조할 수 있는 합성시설을 준공,한국제약산업사에 한 획을 그었다. 1974년에는 제산제로는 유일하게 내복액으로 발매,복용 편리성이 가미되면서 국내 유일무이한 국산 소화제 노루모는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라서게 된다.

노루모는 제산제,소화효소제,건위생약제 등이 이상적으로 배합돼 있는 소화위장약이다. 처음 개발 후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세 가지 성분의 이상적인 조합을 찾아냈다는 게 일양약품의 설명이다. 이 제품은 과다한 위산을 중화시켜 속쓰림을 제거하고 위장을 보호해 위통제거,구역 구토에 좋을 뿐만 아니라 과음,과식 등 소화불량에 뛰어난 효능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경제발전과 함께 각박한 사회생활로 인한 스트레스,정신적 긴장,불규칙한 식생활 등으로 위장질환과 소화불량 환자가 늘면서 '노루모'들는 현대인의 상비약으로 애용되는 추세다.

이 회사 최초의 소화기 의약품 '노루모'는 '노루모 정','노루모 산'에 이어 '노루모 내복액'과 '노루모A정' 등으로 고객의 요구에 맞춰 다양한 형태로 선보였다.

노루모의 성공신화는 지난해 12월 국산 14호 신약인 차세대 항궤양제 '놀텍' 개발의 근간이 되기도 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