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이란은 첫 원자력발전소의 전력 생산 지연이 신종 컴퓨터 바이러스(웜) ‘스턱스넷(Stuxnet)’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알리 아크바르 살레히 이란 원자력기구 대표는 4일 이란 뉴스통신사 IRNA와의 인터뷰에서 “핵 연료 임시 보관 풀(pool)에서 약간의 유출 사고가 있어 전력 생산이 다소 지연됐다“ 며 ”이미 수리가 완료돼 지금은 정상 운용되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그러나 유출 물질이 핵 연료인지 다른 원료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수도 테헤란에서 남서쪽 1200km 지점인 부셰르에 설치된 부셰르원전은 1000MW급 가압경수로형 원전이다.1975년 착공돼 35년 만인 지난달부터 본격 가동됐다.

이란은 지난달 자국 첫 원전인 부셰르 원전 개장식에서 이달 말 전력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가 내년 1∼2월께나 가능할 전망이라고 최근 수정 발표했다.이를 두고 부셰르 원전의 스턱스넷 감염으로 인해 운용에 차질을 생긴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이란당국은 부셰르 원전 내 일부 개인 컴퓨터 등 전국적으로 총 3만대의 컴퓨터가 스턱스넷에 감염됐지만 원전 운영에 어떤 피해도 입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산업설비의 오작동을 유발해 시설 운용에 차질을 주는 스턱스넷은 최근 인도,인도네시아 등지에서 발견됐다.스턱스넷은 일반 PC를 공격하는 기존 웜과 달리 지멘스의 공정자동화 소프트웨어와 시스템만 공격해 파괴한다.특히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USB 메모리나 디지털카메라의 플래시메모리 등을 통해서도 전파될 수 있어 더 심각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이란에서 60%가 발견돼 이란의 산업시설을 노린 게 아니냐는 의혹이 집중됐다.이에 대해 이란은 자국 원전의 정보를 빼내려는 미국이나 이스라엘의 소행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헤이다르 모슬레히 이란 정보장관은 지난 2일 여러 명의 핵 관련 스파이들을 체포했다고 밝혔지만 혐의를 입증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모센 하탐 이란 산업부 장관은 “스턱스넷에 감염된 시설들을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란 원자력발전소를 공격했던 스턱스넷은 최근 중국으로 타깃을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지난달 3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스턱스넷이 중국 본토 대부분의 핵심 산업시설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최근 독일 지멘스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 중국 내 컴퓨터 600만대와 1000여개 산업시설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밝혀졌다.지멘스 시스템은 싼샤댐,베이징 서우두국제공항을 비롯해 핵발전소,공항,철도 등 중국 내 주요 시설에 널리 활용되고 있어 중국 국가 산업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