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에서 외국인의 순매수가 16일째 이어지고 있다. 개인과 기관이 매수 · 매도를 오락가락하는 것과 달리 외국인은 업종 구분 없이 대형 우량주 중심으로 사들이며 코스닥시장의 상승에 베팅하는 모습이다. 유가증권시장이 단기간 급등함에 따라 코스닥으로 순환매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외국인이 코스닥에 눈길을 돌리는 것은 실적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실적이 3분기를 고점으로 둔화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코스닥 대형주들은 4분기에도 실적 개선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외국인 16일 연속 순매수

28일 코스피지수가 4.86포인트(0.26%) 내린 1855.97로 조정 양상을 보였지만 코스닥지수는 1.45포인트(0.30%) 오른 487.74로 마감,닷새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서울반도체(3.36%) 포스코ICT(8.02%) SK컴즈(9.73%) 등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급등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외국인이 127억원,기관이 21억원의 '쌍끌이' 매수에 나섰다.

이로써 외국인은 코스닥시장에서 16거래일째 순매수를 이어갔다. 이는 1996년 7월 코스닥시장이 문을 연 이래 5번째로 긴 연속 순매수 기록이다. 이 기간 외국인 누적 순매수는 2216억원이었고 코스닥지수는 3.83% 올랐다. 역대 최장 외국인 순매수는 2001년 9월27일부터 11월15일까지 33거래일이다. 당시 코스닥지수는 489.10에서 683.30으로 194.20포인트(39.71%)나 올랐다.

외국인은 이번 연속 순매수 기간 동안 서울반도체를 637억원어치 사들여 순매수 1위에 올려놨다. 셀트리온(310억원) 주성엔지니어링(280억원) 실리콘웍스(239억원) 네오위즈게임즈(208억원) 태광(171억원) 등 시총 상위주들을 쓸어담았다. 박중제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이달 들어 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낮은 우량주들을 업종 구분 없이 대거 사들이고 있다"며 "그동안 많이 오른 유가증권시장에 비해 저평가된 코스닥시장에 '순환매' 성격의 자금이 들어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스닥시장 훈풍 이어질 듯

외국인의 코스닥시장 '러브콜'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올 들어 주식형 펀드 환매,테마 실종,부실기업 상장폐지 등으로 고전했던 코스닥시장이 대형주들의 실적 호조를 기반으로 상승세를 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상원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세계적으로 풍부한 유동성이 갈 만한 곳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가들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한국 관련 글로벌 펀드에 자금이 계속 들어올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펀드시장 동향을 조사하는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지난 2~22일 3주 동안 한국 관련 글로벌 펀드에 77억달러(약 8조8500억원)가 순유입됐다.

이 팀장은 "코스닥 기업만 놓고 보면 기업들의 이익이 4분기에 더 늘어날 것으로 보여 외국인의 코스닥 투자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닥에서 컨센서스(증권사 실적추정치 평균)가 있는 119개 기업의 영업이익은 3분기 9319억원에서 4분기 1조126억원으로 8.66%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유가증권시장 225개사의 영업이익은 3분기 24조9624억원에서 4분기 22조1001억원으로 11.47% 감소할 것으로 점쳐졌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