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이 골프인 프로선수들이 국내외 골프대회에서 잇따라 규칙 위반으로 페널티를 받았다. 지난주 미국 프로골프투어에서 짐 퓨릭이 프로암 지각으로,안시현 정일미가 오구 플레이로 실격당한 데 이어 이번 주 각 대회에서도 유사한 패턴이 반복됐다.

김국환이 한국프로골프투어 메리츠솔모로오픈에서 오구를 쳐 벌타를 받더니,유러피언투어의 '베테랑' 미겔 앙헬 히메네즈(스페인)와 미국PGA투어에서 통산 4승을 거둔 채드 캠벨(미국)도 규칙 위반으로 불이익을 당했다.

히메네즈는 4일 오후(한국시간) 스위스의 크랑쉬르시에르CC(파71)에서 열린 유러피언투어 오메가마스터스 3라운드 10번홀(파4)에서 뜻하지 않은 벌타를 받았다. 티샷한 볼이 스프링클러 헤드덮개 옆에 멈췄으나 스윙을 하거나 스탠스를 취하는 데 방해되지 않았다. 히메네즈는 그러나 마크를 한 후 볼을 집어들었고,그 순간 '아차!' 하고 말았다. 그 상황에서는 볼을 집어들면 인플레이볼을 손 댄 것이 돼 1벌타를 받는다.

히메네즈는 "나 스스로 '너 지금 뭐하고 있는 거냐?'라고 생각할 만큼 순간적으로 착각했다"고 말한 후 스스로 벌타를 부과했다. 히메네즈는 이 벌타에도 불구하고 3라운드 합계 17언더파 196타를 기록,에두아르도 몰리나리(이탈리아)를 3타차로 따돌리고 선두를 유지했다. 히메네즈는 2라운드에서 생애 최소타수인 61타(10언더파)를 치며 통산 18승 도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노승열(19 · 타이틀리스트)은 합계 9언더파 204타(71 · 66 · 67)로 공동 7위다. 선두와 8타차여서 역전우승보다는 '톱5' 진입을 노려야 할 판이다. 7월 브리티시오픈에서 공동 14위로 돌풍을 일으킨 아마추어 정연진(20)은 2라운드 합계 12오버파 154타(71 · 83)로 부진,13타차로 커트탈락했다.

한편 캠벨은 5일 미PGA투어 플레이오프 2차전 도이체방크챔피언십 2라운드에 나서기 전 실격 통보를 받았다. 대회 현장에서 선수 등록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미PGA투어에서는 사전 참가신청 외에도 선수가 현장에 도착하면 출전 등록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캠벨은 이 대회를 위해 지난 1일 현지에 도착해 대회 시작 전까지 계속 연습을 했고 심지어 1라운드에도 참가해 1오버파 72타를 적어냈다. 그러나 누구도 캠벨이 등록하지 않고 경기에 나섰다는 것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미PGA 경기위원회도 2라운드 시작 전에야 이 같은 사실을 알아채고 뒤늦게 캠벨에게 통보했다. 캠벨은 실격으로 더 이상 플레이오프에 나설 수 없게 됐다.

캠벨은 "내가 이런 실수를 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뿐"이라면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소식을 들은 동료들도 안타까워했다. 퓨릭과 데이비스 러브 3세는 보통 선수들이 등록하는 것을 잊어버리면 경기위원회에서 티오프 전에 서명할 종이를 가져다 주는데 왜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