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충무로에 있는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관 1층 화장품 코너.두 줄로 가지런히 늘어선 베이지색 사각 기둥들에 시슬리 샤넬 에스티로더 랑콤 등 외국 유명 브랜드의 로고와 제품 사진들이 각각 같은 크기로 꾸며져 있다. 기둥 위에는 같은 모양의 화분이 놓여 있고 상품 진열대도 대부분 흰색이다. 진열대 높이도 1.3m 정도로 엇비슷하다. 어디서 바라봐도 입점한 브랜드 매장들의 로고와 위치가 한눈에 들어온다.

브랜드별로 진열대 모양이나 높이 및 로고 크기 등 매장 인테리어가 천차만별인 여타 백화점들의 화장품 코너와는 사뭇 다르다. "세계 어느 백화점에 견주어도 손색없고 품격있는 1층을 만들라"는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지시에 따라 신세계백화점이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 고급 백화점을 벤치마킹하고 연구한 뒤 6개월간의 리뉴얼 작업을 거쳐 지난달 말 내놓은 '작품'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매장 인테리어와 관련해서는 자체 매뉴얼을 고집하면서 양보하지 않는 브랜드들을 설득해 매장 전체가 통일성을 갖고 조화와 균형을 이루도록 화장품 매장을 꾸민 것은 국내 처음"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백화점인 신세계 충무로 본점이 확 달라졌다. 백화점의 얼굴인 1층 화장품 · 잡화 · 액세서리 매장을 전면 리뉴얼한 것을 비롯해 신관 2~3층과 본관(명품관)의 절반인 3~5층을 모두 바꿨다. 매출이 부진한 중 · 장년층 대상 여성 부티크 브랜드들을 대거 내보내고 세계적으로 떠오르는 명품 브랜드들을 입점시켰다. 신관이 개점한 지 5년,본관이 명품관으로 재개관한 지 3년 만에 처음 이뤄진 대규모 매장 · 브랜드 구조조정이다.

이번 리뉴얼은 "신세계의 얼굴이자 자존심인 본점을 영국 해러즈나 미국 버그도프굿맨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고급 백화점으로 품격을 높이라"는 이명희 회장의 방침에 따라 진행하는 1단계 프로젝트라는 게 신세계 측의 설명이다. 전체적인 리뉴얼 방향은 '고감도 · 고품격 패션 백화점'이다. 이동훈 본점 본관팀장은 "본관은 세계 패션 트렌드를 가장 신속하게 국내에 소개할 수 있는 '고감도' 패션 브랜드들로 채워진다"며 "국내 유행을 선도하는 트렌드 세터들의 메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본관 3층에는 질샌더,로베르토 카발리,도나카란,요지 야마모토 등 유럽 미국 일본 디자이너들의 부티크 매장이 들어섰다. 고급 양복의 대명사인 키톤,캐주얼의 명품으로 불리는 '디스퀘어드2'도 3층과 4층에 독립 매장을 냈다. 본관 5층에는 명품관에서는 파격적으로 스포츠웨어 존이 들어섰다. 아디다스와 자동차메이커 포르쉐가 협업해 만든 '아디다스 포르쉐 디자인',푸마의 최고급 라인인 '블랙스테이션',골프웨어 'J.린드버그' 등으로 구성했다. 필립 림과 앤 드뮐미스터 등 최근 해외에서 각광받는 신진 브랜드도 본관에 입성했다. 본관에 있던 버버리와 마크 제이콥스 등 18개 브랜드는 신관 2,3층으로 옮겨갔고 토리버치와 플리츠 플리즈는 새로 입점했다.

신세계 본점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13.1% 증가한 6724억원.신관 개점 4년 만에 전국 백화점별 매출 순위 6위로 뛰어올랐지만,여전히 경쟁점인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1조4700억원)과는 격차가 크다. 박주형 본점장은 "명품 상품군을 대폭 보강하고 신관의 패션성을 강화한 이번 리뉴얼로 성장세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며 "올해 7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 전국 백화점 '빅5'에 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