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한국 국채를 대규모로 매입하면서 원 · 달러 환율이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중국의 한국 국채 매입은 외환보유액 다변화라는 국가 전략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어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단기간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 · 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원50전 내린 1172원70전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6일 1187원20전에서 17일 1176원20전으로 떨어진 뒤 3일 연속 하락세다. 전날 뉴욕 증시가 상승세로 마감하면서 달러로 대변되는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약해진 데다 중국 투자자들이 한국 국채를 꾸준히 매입하고 있다는 소식이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중국의 한국 국채 매입은 최근 한국 경제의 빠른 성장세와 조선업체들의 수주 호조 등 다른 재료와 맞물리면서 환율 하락 속도를 가파르게 할 전망이다. 더구나 중국 투자자들은 일반적인 외국인 투자자와 달리 원 · 달러 현물시장에서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산 뒤 이 돈으로 한국 국채에 투자하고 있어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클 것으로 분석된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국채를 살 때는 보통 스와프시장에서 달러를 원화로 교환해 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중국의 국채 매입 소식이 실수급은 물론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에 영향을 미치면서 환율에 하락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한국 국채 매입이 계속될 경우 중국 금융시장 및 투자자들의 동향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이 출렁거리는 '차이나판 윔블던 효과'도 우려된다. 이미 원화와 위안화의 동조화계수가 0.57에 이를 정도로 원화 가치는 위안화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원화와 위안화의 동조화계수가 0.57이라는 것은 위안화 가치가 1% 절상되면 원화 가치는 0.57% 오른다는 의미다.

일부에서는 차이나 머니의 유입이 외환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긍정적인 분석도 내놓고 있다. 원 · 달러 환율은 꾸준히 하락하다가도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때마다 급등하곤 하는데 중국의 원화 자산 매입이 계속되면 환율의 변동성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홍승모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 차장은 "차이나 머니의 유입이 환율 하락을 가속화할 수도 있지만 그런 우려는 아직 이른 것 같다"며 "중국 투자자금이 지속적으로 들어오면 다른 외국인 투자자들이 급격히 빠져 나가더라도 국내 금융시장의 충격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한상춘 객원 논설위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