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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혈기가 끓는 사람이지만 주변 의견을 누구보다 존중하는 스타일이다. 넘치는 끼를 잘 조절하면서 항상 마음에 '겸손'이라는 두 글자를 새기고 다닌다. " "한국의 데이비드 캐머런(43 · 영국 총리)이다. 정부가 젊어지는 상징성이 있다. "

김태호 전 경남지사의 총리 내정이 발표된 8일 정치권 주요 인사들은 김 총리 내정자를 이렇게 평가했다.

김 내정자는 36세에 경남도의원, 40세에 거창군수를 거쳐 2004년 김혁규 전 도지사의 사퇴로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42세로 일약 도백의 자리에 올랐다. 군수 · 지사직 모두 역대 최연소 기록이었다. 올해 나이 48세로 1971년 김종필 총리(당시 45세) 이후 39년 만에 40대 총리가 탄생한 것이다. 헌정 사상 다섯 번째다.

◆친화력 강점…팬클럽'호호다모'

정가에선 김 내정자를 두고 '혜성처럼 나타난 신풍(新風)'이라고 했다. 넉넉지 못한 농촌에서 태어나 40대 초반에 최연소 민선지사에 당선됐고 이후 차세대 주자로 승승장구해왔다. 누구나 한 번 만나보면 푹 빠지는 친화력이 최대 장점이다. '호호다모'라는 팬클럽도 있다. 배은희 한나라당 의원은 "젊은 사람답지 않게 내공이 상당하며 정치력과 콘텐츠를 겸비했다"고 말했다. 2005년 진주 세계의상 페스티벌 때는 모델이 돼 무대에 오르는가 하면,경남오페라단이 공연한 '토스카'에 단역으로 출연하는 등 '끼'도 넘친다.

경남 거창 시골마을에서 소장수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원래 농사꾼을 꿈꿨다. 그러다 "농약병에 적힌 영어는 읽어야 할 것 아니냐"는 아버지의 조언에 따라 거창농고를 거쳐 서울대 농대에 진학해 박사학위(교육학)까지 받았다. 그는 서울 유학 시절 김영삼 전 대통령의 측근이면서 고향 선배이자 아버지의 친구인 고 김동영 정무장관의 집에서 숙식하면서 자연스럽게 정치를 접했다. 김 장관의 작고로 거창 지역구를 물려받게 된 이강두 전 의원의 옥중출마를 도우면서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정치수업을 받았고 이후 경남도의원,거창군수,두 번의 경남지사 선거에서 연거푸 당선됐다.

◆李대통령이 찾던'젊고 역동적 인물'

재임 당시 집무실에 한반도 지도를 거꾸로 걸어놓아 화제가 됐다. 중국과 러시아를 지도 아래쪽,일본은 왼쪽 밑에 두는 형태로 남해안이 태평양을 향해 힘차게 역동하는 중심지임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지도에는 '생각을 달리하면 미래가 보인다'는 글씨가 적혀 있어 그의 포부가 예사롭지 않음을 암시했다. 최근 몇 달 동안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그가 자주 거론했던 말은 '큰일','기회','미래' 등이었다.

여권에서는 김 내정자가 6 · 2 지방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했을 때부터 행정안전부 장관설,국무총리설,대통령실장설 등이 끊임었이 이어졌다. 특히 이 대통령이 지방선거 이후 "정치권이 젊고 역동적이어야 한다"고 언급한 이후 부쩍 그의 상품성이 높아졌다. 정가에서도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등 선진국들이 앞다퉈 세대교체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젊은 김태호'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김 내정자가 오랫동안 정치경험을 쌓은 데다 행정경험까지 갖췄다는 점을 높이 샀다는 평가다. 여권 인적개편의 핵심인 '세대교체와 경륜'을 모두 갖춘 적임자로 낙점됐다는 후문이다. 부인 신옥님씨와 1남1녀.재산은 3억938만원이다.

◆여권 차기 구도 새 변수 되나

40대인 그의 발탁은 대선구도와도 맞물려 있다. 김문수 경기지사,오세훈 서울시장보다 더 젊은 이미지를 무기로 여권 대선 후보반열에 오르게 됐기 때문이다. 그간 여권의 차기 주자로 거론돼온 인물은 박근혜 · 정몽준 전 대표와 정운찬 총리,김 지사,오 시장 등이다. 홍준표 · 나경원 최고위원과 원희룡사무총장도 대권에 뜻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의 진입설도 없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40대 총리' 타이틀을 거머쥔 김 총리 내정자는 유력한 친이계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총리직을 훌륭하게 수행하면서 세대교체론 바람을 일으키는 데 성공할 경우 일약 '박근혜 대항마'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여권의 대권 구도가 해법을 찾기 어려운 고난도의 방정식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