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헌절을 하루 앞둔 16일 여야 지도부가 각기 개헌 논의에 무게를 실어 주목된다. 안상수 한나라당 신임 대표는 전날 취임 일성으로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주장한 데 이어 이날 김영삼 전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대통령 중심제로 가되 약간 권력을 분산시키는 형태를 선호한다"고 권력분점 개헌을 거듭 제기했다. 청와대도 개헌에 대한 정치권의 조속한 논의를 촉구하고 있다.

이에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아직 당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진 않았지만 여건이 조성된다면 9월 정기국회에서는 논의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그간 '국정 전환용 카드로서의 개헌은 반대'라는 원칙적 입장을 고수해 왔다는 점에서 다소 진전된 발언이다.

박 원내대표는 "개헌 논의가 되려면 진정성이 담보돼야 하는데 안상수 대표의 제안은 국면전환용 성격이 있어 당장 응할 생각은 없다. 여야 간 정쟁이 없어지는 등 여러 여건이 먼저 조성돼야 할 것"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민주당에도 개헌 찬성론자가 많이 있다. (한나라당이) 진지하게 진정성을 갖고 논의하자고 하면 논의할 수는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놨다.

물론 실제 개헌논의까진 험로가 예상된다. 당장 한나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분권형 대통령제에 부정적이다. 박 전 대표는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주장하고 있다.

친박인 서병수 최고위원은 "지금 개헌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이는 권력구조를 고쳐서 수혜를 받을 만한 사람들이 자기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정치인들이 권력을 갖고 있다고 입맛대로 하려고 하면 안된다"고 제동을 걸었다.

국회의장을 두 번 지낸 이만섭 전 의장은 "대통령 4년 중임제는 사실 현행과 큰 차이가 없다"면서 "대통령 권력을 분산시키는 내각책임제나 이원집정부제 등이 깊이 있게 논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지혜/이준혁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