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활기를 되찾는가 싶던 금융시장이 또다시 대내외 악재에 출렁이자 증권사 CEO들은 경영전략을 다잡으며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해외 진출 확대를 꾀하는가 하면, 투자심리가 불안정한 가운데 다양한 상품을 내놓으며 고객 잡기에 나서고 있다. 한국경제TV는 서면 인터뷰를 통해 증권사 CEO들의 경영전략과 계획을 들어보기로 했다. "금융투자업의 황금비율 지킬 것".. 신한금융그룹 '시너지' 노린다 -이휴원 신한금융투자 사장 Q. 지난해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전년 금융위기에 따른 기저효과, 증시 부활에 따른 수익 증가로 실적이 대폭 개선됐습니다. 아직도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들이 많이 남아있고, 일각에선 당분간 증권사들의 실적 개선을 크게 기대하긴 어렵다고 관측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경영전략이 궁금합니다. A. 신한금융투자의 하반기 전략에 있어 큰 틀의 수정은 없습니다. 연초 계획한 전략을 보완하고 강화할 생각입니다. 'Four & three Two'. 이 비율이 제가 생각하는 금융투자업의 황금비율입니다. 브로커지리가 40, 자산관리와 트레이딩 그리고 IB가 각각 20을 담당한다면, 천수답적인 산업이라는 지적에서 벗어나 견실한 지속경영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업부문별 비중 조정의 Key는 자산관리영업부문의 성패에 달려 있습니다. 단순히 금융상품판매를 많이 팔자는 차원에서의 자산관리 영업이 아니라 IB와 트레이딩 파트에서 최적의 상품공급기능을 장착하고, 고객에게 역량이 갖춰진 인적자원과 채널로 다가서는 차별적 노력을 지속한다면 자산관리와 트레이딩 및 IB는 안정적 삼각구도를 유지하면서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따라서 중점사업의 변경은 없습니다. 향후 2-3년간은 우리회사의 4대 사업축인 리테일, 홀세일, IB, 트레이딩의 장기성장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역량강화와 인프라구축에 역점을 두고 노력할 것입니다. 리테일과 홀세일의 자산영업역량을 강화하고 선물업 진출을 통해 다양한 투자영역을 제공하며, IB는 수수료기반 영업기회를 창출하고 트레이딩도 다양한 상품개발, 세일즈북 확대 등 세일즈 연계수익 비중을 확대하고자 합니다. 2010년 신한금융투자의 경영 키워드는 '자산영업 선순환 체계 구축을 통한 시너지 극대화'입니다. 다시 말해 금융투자회사의 4대 사업축인 리테일, 홀세일, IB, 트레이딩을 유기적으로 조직해 자산영업을 강화하고, 더 나아가 상품의 유통과 제조의 선순환체계를 구축하자는 경영 의지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먼저, 리테일부문은 자산영업 기본틀을 구축하고 자산영업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인프라 강화 차원에서 지점망과 인력을 확충하고, 집합투자업 진출에도 만반의 준비를 다할 것입니다. 기존의 명품CMA 증대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일 것이며, 리테일채권/ELS/DLS/채권형랩 등 다양한 상품을 고객에게 선보일 것으로 기대합니다. 둘째, 홀세일은 네트워크를 정비하고 핵심수익원 발굴에 박차를 가할 방침입니다. 뉴욕, 런던, 홍콩, 상하이 등 기존의 글로벌 네트워크 외에도 신한금융그룹이 이미 성과를 내고 있는 동경과 베트남에 진출해 신한금융그룹 시너지를 극대화할 것입니다. 기존에도 강점으로 꼽혔던 선물분야는 기존의 핵심역량과 세일즈파워 확대로 금융투자업계 1위로 도약할 계획입니다. 셋째, IB는 수수료 기반 영업 강화로 업계 위상을 제고할 것입니다. 새해부터 삼성생명 상장, 대우인터내셔날 매수 자문 등 굵직한 딜을 추진하게 될 IB는 인수 및 상품 공급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방침입니다. 또한 중국IPO 및 외화표시채권 발행 등 기존의 차별화된 영역에서도 경쟁우위 전략을 고수해 나갈 것이며, 신사업 부분에도 적극 눈을 돌려 지난 6월 상장한 SPAC이 보다 효율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트레이딩은 핵심상품 공급기능을 강화에 주력할 것입니다. 리테일부문에 대한 상품 공급을 확대함은 물론 상품공급 강화를 위한 다양한 인프라 구축에도 만반의 준비를 갖출 계획입니다. 신개념 상품 출시를 위해 해외선물 및 해외채권 운용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업축의 주요전략의 근간에는 탁월한 브랜드 인지도, 우수한 리서치, 신한금융그룹 계열사로서의 시너지가 큰 힘이 돼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Q. 최근 증권사들의 SPAC 상장이 줄을 이었습니다. 하지만 일부 SPAC들이 상장 이후 공모가에 미치지 못하고 있거나, 최근 증시 조정으로 상장을 미루는 곳도 있었는데요. 향후 시장은 어떻게 보십니까? A. 초기에 상장한 SPAC의 경우 새로운 상품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고객들의 정확한 상품이해가 부족해 SPAC의 본질과 다르게 과도한 상승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높은 기대를 가졌던 고객들의 상품에 대한 실망과 법률적인 제한에 따라 SPAC 시장은 급격히 냉각됐고, 신한금융투자의 SPAC 상장 이후 몇몇 SPAC들은 상장을 미루거나 미달되는 현실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법률적인 제한 조치들이 해소되면서 현재 SPAC 대부분의 가격이 공모가격에 거의 인접하거나 상승하고 있습니다, 최근 공모한 한화 SPAC도 비록 기관 물량은 미달됐지만 40: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보이는 등 점차 시장이 활성화되는 분위기입니다. 향후 SPAC들의 M&A가 가시화되면 시장은 더욱 활성화되고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Q. 최근에는 은행 뿐 아니라 증권사들도 활발한 해외 영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IPO시장이나 해외지점 등 다양한 길들이 있는데요. 해외 공략에 있어 어떤 전략이 효과적이라고 보시는지요? A. 우리회사가 진출에 역점을 두고 있는 지역은 동남아시아 지역과 일본입니다. '선택과 집중' 전략의 연장 선상에서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업계와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금융산업에서의 삼성전자'가 육성되기를 바라고, 우리회사 또한 그러한 대열에 동참하기를 간절히 희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국내 금융투자회사들이 글로벌 플레이어들을 제치고 주요무대를 장악하기에는 규모나 스킬면에서 아직은 한계가 있다는 점은 아쉽지만 인정해야 할 부분입니다. 이러한 상황 인식 하에 신한금융투자는 성장잠재력이 높은 시장에서 꿈을 키워보려 합니다. 1차적으로는 베트남 증권업에 대한 기회를 포착하고자 합니다. 베트남은 이미 충분히 검증된 시장이어서 진출이 다소 늦은 대신, 소위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 판단합니다. 지난 6월 개소한 베트남사무소를 발판으로 궁극적으로는 동남아시아 지역과 중동지역의 가능성 또한 전향적으로 모색해 보려고 합니다. 일본은 아시는 바와 같이, 신한금융그룹이 차별적 강점을 확보하고 있는 지역입니다. 그간 상대적으로 일본으로부터의 투자는 미미�g지만 한국시장의 선진국지수편입 진행과 더불어 기회들이 무르익어가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올해 3월 동경사무소를 오픈했으며, 한국주식시장에 대한 니즈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준비된 역량과 무르익는 시장의 기회를 잘 연결해 일본비즈니스 1위라는 보배를 만들어 볼 포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Q. 증권업계는 유독 업체 간 직원 이동이 잦은 편입니다. 리서치센터 연구원이나 딜러 등 전문인력이 그만큼 많기 때문일텐데요. 국내 증시가 한 단계씩 성장해갈수록 증권사들은 무엇보다 리서치센터 역량을 강화하는데 주력하는 모습입니다. 증권사에 있어서 리서치센터란 어느 정도의 가치라고 생각하십니까? A.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은행권에 몸 담아 있다가 증권사 CEO로 온 직후에는 증권업계의 잦은 인력 이동이나 과당 스카우트 경쟁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 든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증권업의 고유한 특성이나 전문인력의 부족, 신설 증권사 진입 등에 따른 경쟁 격화 등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음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 회사 내에서 필요한 전문인력을 양성하는데 힘쓰는 것은 물론이고 다양한 전문인력들이 와서 일하고 싶은 회사로 만들어 가고자 전반적인 인력 관리 시스템의 혁신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조직에 대한 로열티와 팀웍 정신이 장기적인 조직 성과에 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 올들어서는 '신한 Way'로 알려진 우리 고유의 조직문화를 뿌리 내리는 작업을 전사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리서치 역량은 두말할 나위 없이 증권사의 핵심 역량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축구로 비유하자면 박지성처럼 공격(영업)과 수비(리스크관리)를 지원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하며, 고객에게 제공하는 리서치 서비스의 질은 고객 만족과 회사 브랜드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봅니다. 따라서 저는 리서치센터를 장기적인 안목에서 적극 육성하고 지원해 나갈 것입니다. 다만 현재 지나치게 법인 선호도 위주의 순위 경쟁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고객 보호를 위해 정도를 걷는 리서치센터를 지향할 생각입니다. Q. 요즘 들어 부쩍 증권사에 대한 취업 열기가 높아졌습니다. 올해 신입 모집에서도 대부분 증권사들이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들었습니다. 이처럼 증권사에 대한 취업열기가 높아진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A. 국가경제의 성장속에 금융시장의 팽창과 성장은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시장의 자본시장 통합법을 통해 국내 금융사의 글로벌 경쟁력이 확대될 것이며, 또한 그 기능이 다변화되고 역할이 확대될 것입니다. 이러한 산업환경의 변화는 젊은 인재들의 글로벌 전문금융인으로의 성장의 기회를 갖고자 하는 목표와 전문 우수 인력을 육성 및 발전 시키고자 하는 업계의 니즈가 부합하기 ��문인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최근 증권사 자문형 랩으로 자금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맞춤형 투자'로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모으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소수 종목에 대한 집중 투자로 리스크가 크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자문형 랩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시고, 상품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계신지요? A. 자문형 랩은 말 그대로 투자자문사가 상대적으로 판매채널이 다양한 금융투자회사를 대신해 고객의 자산을 운용해주는 랩상품을 말합니다. 투자자문사의 랩 운용은 아무래도 조금이라도 더 높은 수익을 추구하다보니 일반 주식형펀드에 비해서 훨씬 공격적으로 운용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개별 종목장세의 시장에서는 수익률이 더 나을지 몰라도 대형주 장세 혹은 하락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위험에 노출될 우려가 있습니다. 신한금융투자는 고객의 자산을 보다 안정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자문형 랩상품 판매를 현재 검토하고 있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증권사간 혹은 금융투자회사간의 경쟁이 더 심화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런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충족시켜야 합니다. 고객들도 단기간의 성과에 집착하기 보다 멀리보고 큰그림을 그릴 수 있는 회사를 선택하는 것이 미래를 대비하는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Q. 국내 증시가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지수가 1700선을 회복하면서 국내주식펀드 환매 행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증권사 CEO로서 시장과 투자자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그리스와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에서 시작된 위기가 완벽히 진화되지 않고 있습니다. 수출경기의 빠른 회복에 비해 내수경기의 어려움이 길어지고 있는 것도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당분간 국제 정세에 영향을 받으며 한 차례 조정이 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볼 때 우리 경제는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가리라 봅니다. 증시 역시 경기회복세와 기업들의 실적개선으로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출형 수출기업들에 치우친 불완전한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이 큽니다. 세계 금융위기의 여진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고수익만 찾기보다는 위기 속에서 한 단계 성장하는 기업을 찾고, 장기적인 펀더멘탈을 꼼꼼히 따져 투자에 나선다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1년 미만의 단기적 투자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최소 3년 이상 거시적 관점에서 긴 호흡으로 투자를 한다면 어려운 시장이지만 반드시 승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Q. 일각에서는 우리 금융시장이 대외이슈나 외국인의 매매동향, 외환 수급 등 외부 변동성에 취약하다고 지적합니다. 어떤 견해를 가지고 계신지요? 어떤 방안이 이같은 취약성을 보완할 수 있을까요? A. 우리 금융시장은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본격적인 개방을 시작해 현재는 거의 완전 개방수준에 이르렀고 전세계적으로도 금융시장과 실물경제가 상호 긴밀하게 맞물려 있기 때문에 글로벌 이슈나 자금흐름에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한 현상입니다. 우리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은 30%가 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영향력이 크고 최근에는 채권시장에도 외국인의 투자가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그러나 펀드의 대중화와 연기금의 확대를 계기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국내 자금이 증시로 유입되고, 국내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이제는 과거처럼 외국인 투기자금에 일방적으로 휘둘리는 현상은 줄어들고 있다고 봅니다. 다만 우리나라 외환시장은 규모가 작은 반면 외국인의 거래비중은 높기 때문에 외부변동성에 취약한 면이 있습니다. 이러한 취약성은 제도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는데, 최근 정부가 외국은행 국내지점의 선물환거래 비중을 제한하는 등 규제조치를 발표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라 생각합니다. Q. 어느덧 여름이 시작돼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본인만의 더위사냥 비법이 있으신지요? 여름 휴가 계획은 세우셨나요? A. 요즘은 집에 있는 것보다 회사에 나오는 것이 훨씬 시원하고 쾌적한 것 같습니다. 날씨가 갑자기 더워지니 솔직히 힘든건 사실입니다만 변화무쌍한 업계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더위를 느낄 새도 없는 것 같습니다. 여름 휴가 계획은 저처럼 CEO를 맡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것은 현재 없습니다. 워낙 일도 많고 만나뵐 분들도 많다보니 틈틈히 읽고 싶었던 책을 읽으면서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것이 진정한 여름휴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 이휴원 신한금융투자 사장 프로필 ◇ 이 휴 원 (李休源) 1953년 경북 영일 출생 * 1982년 신한은행 입행 * 1996년 신한은행 단대동지점장 * 2000년 신한은행 여의도중앙기업금융지점장 * 2003년 신한은행 기업고객지원부 영업추진본부장 * 2004년 신한은행 대기업·IB그룹 담당 부행장 * 現 충청북도 투자유치 자문위원 * 現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 現 신한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 채주연기자 jychae@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