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 회장, 남편 유지 이어 '1만TEU 컨船' 시대 열었다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은 23일 상기된 얼굴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 들어섰다. 국내 최초의 1만TEU급(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컨테이너선인 '한진 코리아'의 명명식에서 직접 선명을 부르는 대모로 나섰다.

최 회장은 배와 연결된 줄을 손도끼로 끊은 후 "나는 이 배를 한진 코리아로 명명하오니,이 배와 모든 선원들에게 신의 축복과 가호가 깃드소서"라고 기원했다. 이어 "컨테이너 선박의 크기는 그 나라 경쟁력의 척도로 여겨지기 때문에 선명에 우리나라의 의미를 더해 한진 코리아로 정했다"며 "앞으로 한진해운이 세계로 더욱 뻗어나가는 모습을 지켜봐 달라"고 했다. 최 회장 옆에 나란히 선 최장현 국토해양부 2차관,노인식 삼성중공업 사장,김영민 한진해운 사장 등이 박수를 보탰다.

이번에 명명식을 가진 컨테이너선은 한진해운이 2006년 삼성중공업에 발주한 배다. 국내 해운 사상 첫 1만TEU급 컨테이너선으로 길이 350m,폭 45.6m 규모다. 축구장 3개 반 크기에 달한다.

크기뿐만 아니라 성능도 남다르다. 초대형 선박이지만 속도 조절이 쉽고 연료소모량이 적은 친환경 전자제어엔진이 탑재됐다. 내달 초 아시아~유럽 항로를 시작으로 운항에 나선다. 한진해운은 이 배를 필두로 내년까지 같은 규모의 컨테이너선 4척을 추가로 인도받는다.

1988년 한진 시애틀호부터 한진 코리아호까지 명명식에만 39번째 참석한 최 회장이지만,이번 명명식을 맞은 감회는 여느때와 달랐다. 단순히 선박 규모 때문만은 아니다. 남편인 고 조수호 회장이 생전에 발주한 마지막 선박이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오늘 명명식은 고 조수호 회장이 2006년 11월 돌아가시기 전 발주한 선박이기에 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1972년 국내 처음으로 컨테이너선을 도입해 바다 위에 띄웠다. 고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이 당시 해운업 진출을 위해 대진해운을 설립한 뒤 한~일항로에 투입한 188TEU급 인왕호가 우리나라 최초의 컨테이너선이다. 이후 한진 뉴욕호를 시작으로 컨테이너선 시장의 대형화를 이끌었다. 2006년부터는 6600TEU급에 이어 8600TEU급 선박까지 도입했다. 한진해운은 현재 6000TEU급 이상의 대형 선박을 주력으로 100여척의 컨테이너선을 운영하고 있다.

거제=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