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지주회사에 증권 · 보험사와 같은 금융자회사 보유를 허용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장기 표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야의 현격한 입장차로 개정안의 조기 처리가 불투명해지면서 7월부터 기존법의 적용을 받아 유예기간 만기가 돌아오는 기업들이 속을 태우고 있다.

민주당 법사위 간사인 박영선 의원은 23일 "6월 법사위에서는 촉박한 일정상 여야 이견이 없는 법안들을 우선 처리키로 했다"며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이번 회기 중 처리가 어렵다"고 말했다. 사실상 6월 국회 처리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9월 정기국회도 초반의 국정감사 일정을 감안할 때 개정안은 연말이나 논의가 가능할 전망이다.

앞서 여야는 지난 4월 정무위에서 일반지주회사도 금융자회사 소유를 허용하되 보험사를 포함해 금융자회사 수가 3개 이상이거나 금융자회사의 총자산이 20조원 이상인 경우 중간지주회사 설립을 의무화하는 개정안을 합의처리했다. 삼성 현대차 한화 등 아직 지주사가 아닌 대기업들의 지주사 전환이 가능해졌을 뿐 아니라 이미 지주사로 전환했으나 증권사를 보유하고 있어 매각압박을 받아온 SK 등이 금융계열사 소유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됐다. 지주사의 증손자 보유지분율도 기존 100%에서 상장 20%,비상장 40%로 대폭 완화했다.

당초 법사위 통과가 무난해 보이던 개정안은 SK가 지주사 전환 시 증권사를 매각해야한다는 조건이 공정위에 의해 유예된 상황에서 2008,2009년 약 400억원의 세금혜택을 받은 것을 민주당이 문제삼으면서 법사위에서 제동이 걸렸다. 이에 공정위는 "다른 지주사에도 세금감면혜택을 주고 있고 SK의 경우 유예기간 중이어서 법적으로 전혀 하자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세종시 수정안의 본회의 재부의도 돌출변수다. 한나라당이 본회의에 재부의할 경우 여야합의 파기인 만큼 민주당은 모든 상임위의 의사일정을 보이콧할 수 있다는 강경입장이다. 최악의 경우 법사위 소위에 상정도 안된 채 연말 국회까지 처리가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개정안의 통과를 기대했던 기업들은 정치권 눈치를 보느라 속앓이만 하고 있다. 당장 기존법의 증손자 100% 지분보유 규정을 적용받는 일진홀딩스가 다음 달 3일 1차 유예기간이 만료되며 티브로홀딩스(11월), 두산 · 디와이홀딩스 등은 12월 유예기간이 완료된다. 6월 처리 시 별도로 유예신청을 할 필요가 없지만 현재로서는 뾰족한 대책 없이 국회만 바라보는 상황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그만큼 커진 것이고 공정위로서는 개정안이 통과될 때까지 일단 유예를 계속해 줄 수밖에 없는 난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형호/서기열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