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은 통화(M1)와 총통화(M2) 외에도 유동성의 수준에 따라 통화량을 다양하게 정의한다. 현금 화폐만을 포함하는 통화량을 M0라고 하는 등 대체로 숫자가 낮으면 유동성이 높은 자산들만으로 구성되고 숫자가 더 높아질수록 더 낮은 유동성의 자산들까지 포함하도록 정의하는데 M3와 M4까지 정의되어 있다.

통화량을 이처럼 다각적으로 정의하는 까닭은 어느 정의를 채택하더라도 이것이 통화량을 정확히 추계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정확한 정의가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여러 시각에서 통화량을 고찰하면서 관리하는 것이 국가 경제적으로 적정 통화량을 유지하는 데 더 효과적일 것이다.

시중에 유통 중인 통화량이 모자라면 물가가 하락하거나 또는 교환이 부진해 사회적 분업이 위축되기 때문에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감소하고 따라서 명목 GDP가 감소한다. 반대로 과다하면 물가 상승을 유발하기 때문에 명목 GDP가 상승한다. 그러므로 제대로 된 통화량 정의라면 그 정의에 따른 통화량 규모가 명목 GDP와 안정적 정량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상정할 수 있다.

그동안의 자료에 따르면 통화량에 대한 여러 가지 정의 가운데에서도 GDP 대비 비율이 가장 안정적인 것은 총통화 M2인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많은 나라에서는 통화량을 총통화 M2 중심으로 추계한다.

화폐는 기본적으로 상품 구매나 부채 상환 과정에서 지불 수단으로 기능한다. 동시에 저축으로 축적한 재산을 보유하는 수단으로도 이용된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재산을 건물이나 토지 등 부동산,또는 주식이나 회사채 등 유동성 낮은 금융자산으로 보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보유 재산의 일부를 유동성 자산으로 구성하는 경우도 흔하다. 특히 주식 값이나 부동산 값이 폭락할 것을 우려하는 사람들은 해당 자산을 매각해 현금으로 보유한다. 채권자가 채무 연장을 거부하고 부채 상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질 때에도 채무자들은 이에 대비해 유동성 자산을 확보해야 한다. 사람들이 지불 수단으로서,그리고 재산 보유의 수단으로서 지니려고 하는 통화량의 규모를 통화 수요라고 한다.

사회적 분업이 더욱 발달하면 교환해야 할 필요성도 더 커지고 이에 따라서 통화 수요도 증가한다. 사회적 분업의 정도는 생산되는 GDP로 나타낼 수 있지만,교환을 매개하는 데 소요되는 화폐의 규모는 거래금액에 비례한다. 그러므로 실질 GDP보다는 명목 GDP가 증가할 때 통화 수요도 함께 증가한다. 재산으로 보유하고자 하는 통화량은 다른 자산의 수익성과 위험에 따라 결정된다.

현재의 상태에서 이자율이 오르면 이자 없는 현금보다는 이자를 주는 수익 자산을 보유하는 것이 더 낫다. 그러므로 이자율이 오르면 통화 수요는 감소하고 반대로 내리면 증가한다. 통화 수요를 결정하는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명목 GDP와 이자율이다.

이승훈 < 서울대 경제학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