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모임에서 만난 어떤 경영자 분의 이야기를 듣고 새로 직원을 뽑을 때 고민을 다시 한번 하게 됐다.

우리나라 유명 회사에 재직 중인 이 분은 최근 자사 장학금 수여식에 참석했다. 회사 명성과 장학재단 규모에 걸맞게 이 회사에서 수여하는 장학금은 국내 학생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유학하고 있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대단하다. 역사가 쌓일수록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 간에 결속력도 강해져 장학금 수여식에는 새로 뽑힌 장학생들을 축하하기 위해 선배 장학생들이 동석하는 경우도 잦다.

그런데 이날 장학금 수여식에서 한 대학원생이 "자신과 같은 뛰어난 학생을 뽑아 장학금을 주는 이 회사는 참 똑똑한 것 같다"며 자랑인지 칭찬인지 모를 말로 이 경영자를 적잖이 당황시켰다. 본인은 워낙 스펙이 뛰어나 다른 회사의 장학금을 받을 수도 있었는데,이 회사의 장학금을 받음으로써 그 회사에 친밀한 사람이 됐다는 논리다.

이 말을 듣고 난 뒤 이 사장은 회사로 돌아가 장학생 선발에 있어 기준을 소속 학교나 성적보다도 지원자들의 가치관이나 태도,인성 등을 두루 평가할 수 있는 쪽으로 강화했다고 한다.

이제 우리 기업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얼마 전 필자가 일하고 있는 회사의 고위 임원들이 대거 방한했던 이유도 이러한 한국과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몸소 배우기 위함이었다. 우리나라 역시 세계 13대 경제대국으로서 중진국의 문턱을 넘어 선진국에 진입하는 중요한 시기에 와 있다.

하지만 선진국,선진기업이 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어떻게 그 대열에 남아 지속적으로 위상을 높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국내총생산(GDP)이나 국민총소득,기업 매출과 같은 숫자만 가지고 경쟁할 것이 아니라 복지나 국제사회 영향력,책임과 같은 부분을 함께 키워야 할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뛰어난 지식(知識)보다는 뛰어난 지성(知性)을 갖춘 인재들이 21세기 선진 사회에 필요하다. 지성은 지각된 것을 정리하고 통일해 새로운 인식을 낳게 한다. 지성인은 당면 과제를 해결할 때 슬기를 발휘해 그 결과가 자신뿐만 아니라 공동체에 두루 이익이 될 수 있도록 행동하는 사람들이다.

선진국 국민이 지성인인 게 아니라 지성인이 많은 나라가 곧 선진국이다. 마찬가지로 기업에도 지성인이 많아야 선진기업이 될 수 있다. 대학 진학률 83%라는 높은 교육열을 내세우기 앞서 우리나라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개인의 성품이 곧을 수 있도록 우리 가정과 사회,국가가 더 많은 노력을 경주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황수 GE코리아 대표 soo.hwang@g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