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카드 없이 밋밋하게 흘러가던 6 · 2지방선거에 바람이 일고 있다. 예상을 깬 유시민 후보의 경기도지사 야권단일후보를 계기로 전 정권과 현 정권 심판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오는 20일 천안함 사태 진상조사 결과 발표와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는 '북풍'과 '노풍'의 핵심 변수다. 북풍과 노풍의 세기에 따라 선거전 양상이 바뀔 수도 있다.

정두언 한나라당 스마트전략위원장은 16일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지난 정권에서 국정을 파탄내 심판을 받았던 친노(친노무현) 세력을 다시 심판해야 한다"고 '구 정권 심판론'을 제기했다. 정 의원은 "야당은 이번 선거를 중간평가라고 하지만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거의 유일하게 경제 우등국으로 만든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민주당은 이번 공천과정에서 친노세력에 당을 접수당했다. 당은 도로 열린당이 돼서 노무현당으로 전락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를 비롯 경기도지사,충남,경남,강원 등 민주당 주요 광역단체장 후보에 노 정권 인사들이 포진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앞서 정몽준 대표는 "유시민 후보가 천안함이 어뢰로 격침됐다는 것은 억측과 소설이라는 얘기를 했는데 조사단 발표에서 어뢰에 의한 침몰이라고 밝혀진다면 유 후보는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친노 인사 때리기'에 본격 나선 데는 '유시민 후보' 결정을 계기로 친노세력의 파급력이 확산되는 것을 사전 차단하려는 의도다. 실제 '컨벤션 효과' 등으로 주말 동안 실시된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경기도,인천시장 여야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5%포인트 내외로 좁혀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당의 전 정권 심판론에 대해 손학규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은 "집권 3년차 정부가 구 정권 심판론을 얘기하는 것은 얼마나 입장이 곤궁한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번 선거는 누가 뭐래도 현 정부에 대한 심판이고 정부 여당도 심판을 받겠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천안함 사태 진상조사는 철저하게 객관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만에 하나라도 선거에 이용하려 한다면 누구보다 국민이 이를 알고 심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이번 주 예정인 천안함사태 진상조사와 노 전 대통령 추모 1주기 같은 외부변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지층과 이념상 대척점을 보이는 두 사안이 '바람'을 탈 경우 선거 판세가 급격하게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천안함은 여당에,노 전 대통령 1주기는 야당에 각각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이지만 여야가 정략적으로 접근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도 이를 의식해 말을 아끼고 있다. 한나라당 핵심 의원은 "2010년의 국민 수준을 보면 노풍이든 북풍이든 선거에 이용하는 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를 이용하려 들면 오히려 역풍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민석 민주당 선거대책본부장은 "노풍과 북풍 다 근본적인 변수는 안 된다"며 조심스런 전망을 내놨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