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많은 한인이 거주하는 미국 워싱턴DC 지역에서 한의사 이정애 씨가 칼로 잔인하게 찔려 살해된 채 발견된다.

왕래가 많은 대낮에 손을 뒤로 묶은 채 피해자를 살해한 잔인한 범행수법이 교민사회뿐 아니라 미국 사회에도 큰 충격을 던졌다.

피해자가 혼자 있던 시간을 정확히 알고 범행을 저지른 점, 또 금고에 전혀 손을 대지 않은 점 등을 보아 현지 경찰은 내부사정을 잘 아는 범인의 계획적인 범행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평소 지역사회에 많은 온정을 베풀어 원한을 살 만한 일이 없었다는 피해자였기에 수사는 난항에 부딪친다.

그런데, 알고 보니 미국의 수도 워싱턴DC 인근에서 살인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한인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더욱 더 놀라운 것은 이 지역에서 최근 10년간 발생한 한인 살해사건 중 범인이 검거된 것은 단 9건, 13건의 한인 피살사건이 범인이 잡히지 않은 채 아직도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다는 사실이다.

2001년 자신의 집 앞에서 흉기로 폭행당해 숨진 박호영씨 사건을 비롯해, 집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 된 이혜진양 사건, 현지 사찰내 자신의 거처에서 흉기에 수차례 찔린 변사체로 발견된 목우 스님 피살사건까지 많은 한국인들이 목숨을 잃었지만 현지 경찰은 아직까지 범인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한인 살인사건 범죄의 범인 검거율은 이 지역 경찰의 다른 살인사건 검거율에 비해 절반밖에 되지 않는 실정이다. 당연히 한인 동포들은 걱정 근심이 많아지고 불안한 나날을 보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미국의 수도에서 왜 이렇게 많은 한인 피해자가 생겨나고 또 사건 해결은 왜 이렇게 안 되는 것일까?

이 지역 교민들은 한인 미제 사건이 많은 이유가 피해자가 한국인이기 때문인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었다.

미궁에 빠질 것 같은 이정애씨 살인사건은 현지 경찰이 유력한 용의자로 한국인 김모씨를 검거하면서 해결된 듯 보였고, 계속된 한인 미제사건 발생에 종지부를 찍을 듯했다.

그러나 지난 4월 20일 있었던 첫 예비심리에서, 용의자로 지목된 김모씨와 변호인측은 “경찰이 일련의 한인 미제 사건 때문에 성급하게 김씨를 용의자로 지목했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나섰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이 만난 한인 피살사건의 유가족들과 전문가들은, 현지 경찰의 무관심 그리고 부족한 한인 경찰 인력 문제와 더불어, 살인사건 수사과정에서 한인의 입장을 대변해줄 ‘목소리’의 부재를 절감했다고 말한다.

한인회는 한인회대로 분열되어 큰 목소리를 내기 힘들고, 재외국민 범위의 애매함속에서 우리 외교당국은 목소리 내기에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언어 장벽 등의 이유로 수사에 어려움이 있기 마련인 현지 경찰에게 사건 해결의 모든 몫이 돌아가고 있었고 획기적 시스템의 변화가 없는 한 14번째, 15번째 한인 미제 살인사건이 발생하는 일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여 한의사 피살 사건을 비롯, 워싱턴DC 인근에서 발생한 미해결 한인 살해사건들을 집중 조명한다.


뉴스팀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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