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르타쿠스는 6명의 검투사들과 대결해 모두 이기고 최고의 검투사 반열에 오른다. 그러나 등 뒤에서 한 노예의 공격을 받아 죽음의 위기에 처한다.
그 노예는 귀족 부인이 돈을 투자한 예비 검투사.귀족 부인은 그에게 자신의 남편을 모욕한 스파르타쿠스를 죽이면 자유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노예는 스파르타쿠스와 격투 중 다른 검투사에게 체포돼 성기가 잘리는 형에 처해진다. 스파르타쿠스가 검투사로 명성을 얻을수록 그를 제거하려는 음모도 점점 강해진다.
케이블 채널 OCN이 매주 금요일 자정에 방송하는 미국 드라마 '스파르타쿠스'가 4주 연속 동시간대 시청률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달 9일 첫회에서 시청률 3.19%를 기록한 후 상승곡선을 그리며 4.4%까지 치솟았다. 2006년 '로마'(5%대) 이후 미드 중 최고 시청률이다. 지상파로 치면 30%대를 훌쩍 넘는 '대박'이다. 국내 포털 사이트(네이버) '미국 드라마' 검색 순위에서도 12주 연속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 드라마는 고대 그리스 트라시아 지방의 전사 스파르타쿠스가 곡절 끝에 로마의 검투사로 성공한 뒤 로마제국에 맞서 봉기했던 실화를 다룬 것.박진감 넘치는 스토리와 눈부신 액션이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비운의 주인공 스파르타쿠스의 삶과 사랑,승리와 좌절을 섬세하게 그려내 폭넓은 공감을 얻고 있다.
아내를 향한 스파르타쿠스의 뜨거운 사랑과 본능이 이야기를 이끄는 동력이다. 여기에 고대 로마시대의 타락한 성(性)에 대한 묘사,배신과 배신을 거듭하는 정치인,부패로 가득한 관료들이 풍성한 스토리를 빚어낸다.
검투사를 일종의 '대박' 사업으로 그려낸 것도 흥미롭다. 업주들은 검투사를 훈련시켜 영웅으로 키우고 몸값을 높여 돈을 번다. 승리한 검투사들은 돈과 여자를 인센티브로 얻는다. 도박빚을 갚기 위해 자발적으로 검투사가 되기도 한다. 싸움에 패해 환상이 깨진 검투사들의 몸값은 폭락한다. 업주들은 몸값이 더 떨어지기 전에 판다. 검투사들은 경주마처럼 귀족들의 투자도 받는다. 업주는 검투사들을 매개로 상류사회로 진출한다.
검투사들은 훈련 과정에서 나름대로 전략과 리더십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들은 근본적으로 노예다. 검투사로 대중의 환호를 받다가 노예로 멸시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인다. 이는 살기 위해 벌버둥치는 우리네 모습과도 흡사하다.
할리우드 영화 같은 비주얼도 인상적이다. '스파이더 맨3'의 샘 레이미 감독과 할리우드 스타 제작자 롭 태퍼트가 손잡고 총 13부작으로 제작한 이 드라마는 1월부터 지난달까지 미국 유료 케이블 채널 'STARZ'에 선보여 '로마'와 '글래디에이터''300'을 합친 작품이란 찬사를 받았다. 피가 튀는 검투 장면들도 역동적으로 묘사됐다는 평가다.
150~200명을 수용하는 대형 스튜디오 3개에서 촬영한 그래디 홀 감독은 "만화책을 보는 듯한 그래픽노블 느낌을 최대한 살렸다"고 소개했다.
스파르타쿠스 역의 앤디 위필드는 강인하면서도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주며 단숨에 스타로 도약했다. 영국 태생으로 두 아이의 아버지인 그는 식스팩 몸매를 과시한다. 그는 "잃은 것을 되찾으려는 한 남자의 여정이라 할 수 있다"며 "후반부에는 인류애를 위해 싸우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파르타쿠스'는 국내 미드 붐의 지평을 넓힌 것으로 평가된다. 범죄수사물이 대부분인 미드 영역을 사극으로 확대한 것이다. 미드가 여성 시청층을 더 많이 거느린 데 반해 '스파르타쿠스'는 남성 시청자들을 더 많이 끌어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유료 캐치온디맨드(월정액 VOD 서비스) 채널은 이 드라마의 무삭제 버전 VOD가 4월 한 달간 서비스 횟수 1위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OCN 관계자는 "'스파르타쿠스'는 국내 미드 팬들의 기호가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며 "앞으로 다채로운 장르와 스케일의 미드들이 계속 선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