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가 명예퇴직을 실시하면서 기본급의 최대 65개월치를 명퇴 위로금으로 지급한 것으로 2일 드러났다.

업계에선 현대오일뱅크 경영권이 아부다비국영석유투자공사(IPIC)에서 현대중공업으로 넘어갈 것이 기정 사실화돼 있는 상황에서 상식을 뛰어넘는 명퇴 위로금을 줬다며 '모럴 해저드' 논란이 일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근속 15년 이상 간부 사원 20명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명퇴 대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장급에게 5년치가 넘는 60~65개월치의 기본급을 위로금으로 줬다. 이에 따라 퇴직금을 제외한 순수한 명퇴 위로금만 1인당 2억~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통상 기업들의 명퇴 위로금은 1년치 기본급 정도이며,명퇴 조건이 가장 좋은 곳 중 하나로 꼽히는 은행권도 2~3년치 수준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유업계의 봉급 수준이 제조업체 중 좋은 편에 든다 하더라도 (현대오일뱅크의 사례는) 상당히 과도하다"며 "현 경영진 체제에서 선심쓰듯 위로금을 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이번 명퇴 위로금은 '근속연수와 연령에 따라 기본급의 30~65개월치를 지급한다'는 단체협약서에 따른 것"이라며 "다만 명퇴 대상자에 고참 부장들이 대거 포함돼 있어 위로금이 많아졌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올해만 특별히 명퇴를 받은 것이 아니라 매년 1회씩 상반기에 정기적으로 명퇴를 실시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예년의 명퇴자가 3명 내외에 불과한 반면 올해 20명으로 늘어난 것은 현대중공업으로의 경영권 이전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편 현대오일뱅크의 경영권은 대주주 IPIC에서 현대중공업으로 넘어갈 것이 확실시되고 있지만 그 시기는 당초 예상보다 늦춰질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이 IPIC를 상대로 낸 주식 매각 강제집행 소송의 선고기일이 당초 이달 28일로 잡혀 있었지만,IPIC 측의 증인(서영태 현대오일뱅크 사장) 신청을 재판부가 받아들여 선고 연기가 불가피해졌다.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민사20부 관계자는 "이달 28일 증인신문을 하게 돼 기일 연기가 불가피하다"며 "통상 4~5주 뒤로 다음 기일이 잡히게 되며 최종 선고는 연내로는 가능할 것"이라고 말해 연말까지 지연될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이 소송은 국제상공회의소(ICC) 산하 국제중재재판소(ICA)가 지난해 11월 현대오일뱅크의 지분 70%를 갖고 있는 IPIC가 2대 주주인 현대중공업에 지분 전량을 매각하라고 판결한 것에 대한 국내 법원의 강제 집행 관련 법적 절차다. ICA는 IPIC가 현대중공업과의 계약을 위반해 가며 현대중공업의 경영권 관여를 고의적으로 배제시키고,현대오일뱅크의 매각을 추진한 점 등을 들어 주식 전량 매각을 판결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대주주 간 계약 위반에 관련된 것인데 전문경영인을 증인 신청한 것은 시간 끌기 작전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지연책을 쓰는 IPIC 측의 속셈에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현대오일뱅크는 지난달 30일 IPIC 등 주주들에게 831억원을 배당하려 했으나 현대중공업 측이 법원에 '배당안건의 주총 상정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배당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바 있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