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가량 지속돼온 태국의 반정부 시위가 21명의 사망자를 초래하는 등 끝내 유혈 사태로 비화됐다.

태국 정부는 지난 10일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요구하며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는 시위대에 대해 군 병력을 투입,강제 해산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현장을 취재하던 로이터통신 일본인 카메라기자와 군인 등 21명이 숨지고 800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들이 11일 보도했다. 사망한 일본인 기자는 무라모토 히로유키씨(43)로 현장 취재 도중 가슴에 총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미 숨진 상태였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 같은 인명피해는 1992년 태국 시위 진압군이 군사령관 출신 수친다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학생 및 시민들에게 무차별 발포해 60여명이 숨진 사건 이후 최대 규모다.

태국 정부는 전통적 신년 축제인 송끄란 연휴(4월13~15일) 이전에 시위대를 해산시킨다는 목표로 군 병력을 전격 투입했으나 오히려 많은 인명피해를 초래하는 등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아피싯 웨차치와 총리는 그러나 이번 유혈 사태와 관련해 사임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명피해가 속출하자 태국군은 이날 오후 늦게 방콕 외곽지역으로 병력을 철수시켰다. 태국 군 관계자는 "더 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해 철수를 결정했다"며 "시위대도 똑같이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탁신 전 총리를 지지하는 태국 반정부 시위대는 지난달 14일부터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요구하며 방콕 시내 랏차담넌 거리 등에서 시위를 벌여왔다. 고열과 피로 등의 증세로 방콕 시리라즈 병원에 입원해 장기치료를 받고 있는 푸미폰 국왕은 반정부 시위 사태에 대해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