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노조의 평균 전임자 수는 선진국에 비해 아주 많다. 중소규모 사업장까지 합한 한국의 전임자 수는 조합원 150명당 1명꼴이다. 500~600명당 1명인 일본,800~1000명당 1명인 미국,1500명당 1명인 독일에 비하면 4~10배나 된다. 경제 규모는 작은데 전임자 볼륨만 큰 후진적 전임자 구조라는 지적이다. 이러한 과다 전임자는 우리나라 노동운동을 왜곡시킨 고질적인 요인이다.

오는 7월1일 노조전임자 수를 제한하는 새 노동법 시행을 앞두고 한국경제신문과 한국노사관계학회가 공동 실시한 '전임자 및 복수노조에 대한 인식조사'에서도 적정 전임자 수는 현재보다 훨씬 줄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대기업일수록 줄이자

종업원 1000명 이상인 큰 기업일수록 노조전임자 수를 줄여야 한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들 기업의 노사 관계자 48.2%(300명 25.3%,500명 22.9%)가 조합원 300~500명당 1명이 적당하다는 의견을 냈다. 20.5%는 조합원 200명당 1명을,14.5%는 1000명당 1명을 적정 수준으로 봤다. 조합원 100명당 1명을 꼽은 응답자는 13.3%에 불과했다. 이는 그동안 대기업들이 과다한 노조전임자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었고 이에 대한 개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조사 대상 중 사용자 측의 응답은 더 높게 나왔다. 사용자 측 조사 대상자의 10명중 6명(62.2%) 이상이 조합원 500~1000명당(37.8%는 500명,24.4%는 1000명) 1명이 적정하다고 대답했다. 다음으로 300명(20.0%),200명(8.9%),100명(6.7%) 등의 순이었다.

반면 노조 측은 200명당 1명(34.2%)으로 감소폭을 최소화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다음으로 300명당 1명(31.6%),100명당 1명(21.1%) 등의 순으로 답했다. 노조 관계자의 65.8%가 전임자 1명당 적정 조합원 수로 200~300명을 꼽은 셈이다.

하지만 노조 측이 대기업에선 전국 평균보다 적은 전임자가 적정하다는 의견을 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노조 스스로도 대기업에서 전임자 수가 너무 많다는 점을 인정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300인 미만의 중소 사업장에선 100명당 1명이 적당하다는 노사 관계자의 응답이 47.2%로 가장 많았다. 일률적으로 적용할 경우 노조전임자 수가 2명도 안될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200명(20.3%),300명(14.4%)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3명 중 2명(67.5%)이 현재의 전국 평균(150명당 1명) 안팎에서 결정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셈이다.

300~999인 사업장에서는 응답자의 69.5%가 전임자 1명당 조합원 수 100명(33.3%) 또는 200명(39.2%)이 적당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300명(15.7%)이나 500명(9.8%)은 다소 적었다.

결국 기업 규모와 노사에 따라 적정 전임자 수에 대한 시각차가 커 향후 전임자의 타임오프(근로시간면제) 인정을 둘러싼 노사 간 협상 과정에서 적잖은 갈등이 예상된다. 또 이러한 시각차는 근로시간면제위원회가 '소후대박(小厚大薄)'으로 상한선을 차등 설정하도록 방향을 제시한 셈이다.

상급노조파견 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과 관련해선 '노조 부담'과'기업 부담' 응답이 팽팽히 맞섰다. 노조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는 의견이 49.1%에 달했고 타임오프로 인정해 기업 측이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40.8%나 됐다.

그러나 노조 관계자는'기업 부담'(71.2%)이 '노조 부담'(20.7%)보다 많았다. 반면 회사 측에선 '노조 부담'(77.6%)이'기업 부담'(10.3%)을 훨씬 앞섰다.

◆전임자 수 10% 이상 감소

타임오프제가 시행되면 중소기업보다 대기업 전임자 수가 10% 이상 줄어들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1000명 이상 대기업의 경우 10% 이상 감소할 것이란 응답이 무려 62.6%에 달했다. 구체적으로는 10~20% 감소 25.3%,25~50% 감소 20.5%,50~75% 감소 10.8% 등의 순이었다. 75% 이상 감소란 응답도 6.0%였다. 전임자 감소폭이 10% 이내에 그칠 것이란 응답(33.7%)에 비해 훨씬 많은 셈이다. 300~999인 사업장은 47.1%(사측 57.7%,노측 36.0%)가 10% 이내 수준에서 줄어들 것이라고 응답했고 300인 미만 사업장에선 61.4%가 전임자의 감소폭을 10% 이내로 전망했다. 이는 전임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대기업일수록 더 많은 전임자가 줄어든다고 본 것이다.


더욱이 대기업 사용자일수록 전임자 감소폭이 클 것으로 기대했다. 1000인 이상 대기업의 경우 응답자 3명 중 1명꼴(31.1%)로 최대 25%까지 감소할 것으로 봤으며 22.2%는 최대 50% 감소를 예측했다. 감소폭이 10% 이내에 그칠 것이란 응답자는 22.2%였다.

반면 1000인 이상 대기업 노조 관계자의 경우 '10% 이내 감소'와 '10% 이상 감소'란 응답이 47.4%씩으로 똑같은 비율을 보여 사용자 측과 대비되는 반응을 보였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