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부도상태에서 회사를 1년째 끌고 왔는데 이제는 희망조차 사라졌다. "

10일 중소기업중앙회 2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키코 판결규탄 및 형사고발 결의대회'에 참가한 한 중소기업 K대표의 하소연이다. 이 회사의 키코 손실액은 300억원.주거래 은행에 160억원을 예치하고 있던 이 회사는 지난해 초 키코 손실로 예금액을 전액 차압당하고,나머지 손실금 140억원이 부채로 잡히면서 하루아침에 부실기업으로 전락했다. 이로 인해 올 들어 신용등급이 'C'로 하락한 이 회사는 다른 은행과 연 9%대 금리를 주고 어렵사리 대출받았다.

K대표는 "대체로 중소기업 이익률이 매출액 대비 2~3%에 불과한데 연 9%대 이자를 내면서 사업한다면 망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은행이 피해액 상환을 압박하고 이자 추가인상 등을 요구할 경우 회사를 도산시킬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이 수산중공업이 키코 계약의 무효 등을 주장하며 우리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뒤 키코 피해 중소기업들이 궁지로 내몰리고 있다. 키코 피해액을 보전하지 못한 대부분 기업들은 올 들어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돼 이미 높은 이자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키코 피해액 150억원을 대출금으로 전환해 연 8%대 이자를 물고 있다"며 "은행 측이 신용등급 하락 등의 이유로 10% 이상으로 금리를 올려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은행 측의 압박이 심해짐에 따라 키코 피해 기업들은 계류 중인 민사소송에 이어 키코 상품을 설계한 은행 임직원을 형사고발키로 하는 등 대응수위를 높이기로 했다. 키코 피해 중소기업의 모임인 '환헤지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이날 '키코판결 규탄대회'를 열고,한국씨티은행 한국외환은행 SC제일은행 신한은행 등 4개 은행 임직원을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공대위 관계자는 "법원이 기업 입장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을 내렸다"며 "계약 무효화가 선언될 때까지 키코의 진실을 끝까지 파헤치겠다"고 밝혔다.

공대위 측은 또 키코 상품 판매시 충분한 설명 의무와 위험고지 위반 등에 대한 은행 측의 과실 인정과 재발방지 약속을 촉구하고,최근의 재판에서 피해 기업 측이 요청한 키코 상품 설계와 관련한 문서제출 명령을 재판부가 기각한 것을 비난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