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계부(主計簿).영어로는 메인 밸런스 시트(main balance sheet)다. 정부의 대차대조표를 일컫는 용어로 쉽게 풀이하면 정부의 가계부라고 생각하면 된다. 정부는 수익에 해당하는 세입과 지출을 뜻하는 세출을 결산해 매년 2월10일까지 전년도의 주계부를 완결해야 한다.

10일에도 과천 기획재정부 청사 7층 대회의실에서 어김없이 주계부 마감 행사가 열렸다. 유재훈 국고국장의 간단한 세입세출 보고를 들은 뒤 하복동 감사원 감사위원과 윤증현 재정부 장관이 정부의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에 들어가 각각 마감 버튼을 클릭하는 것으로 끝났다. 지난해 총세입은 261조3000억원,총세출은 252조2000억원이었으며 세계잉여금은 6조5000억원으로 산정됐다.

행사는 조촐했다. 시간이 많이 걸리지도 않았고 카메라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도 없었다. 하지만 이 행사가 재정부 직원들에게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연말에 송년을 맞는 다른 부처들과 달리 나라 살림을 관장하는 재정부의 송년은 이 행사를 통해 완성된다. 이날 행사는 유난히 다사다난했던 2009년 국가경제를 결산하는 의미를 담아 내부적인 감회도 남달랐다. 윤증현 장관도 "2009년 회계연도는 한국 경제사에서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라는 말로 소회를 밝혔다.

돌이켜 보면 지난해는 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부와 민간이 총력전을 펼쳤던 한 해였다. 정부는 자칫 무너질 수도 있는 경제를 지탱하기 위해 재정건전성 수지의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쳐 가까스로 위기를 막아냈다는 자평을 내놓고 있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의 요구로 강도 높은 재정긴축을 펼치면서 경제 전반에 주름살을 드리웠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작용했다.

하지만 이날 행사가 홀가분한 분위기만으로 흐른 것은 아니다. 유럽국가의 재정위기가 글로벌 경제를 강타하면서 한국의 재정건전성 문제가 다시 불거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윤 장관 역시 "위기극복과 재정적자 축소를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 최대 고민"이라고 말했다. 좀처럼 양립시키기 어려운 난제들이 어떤 형태로 풀려나가느냐에 따라 내년 이맘 때 작성될 주계부 내용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박신영 경제부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