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월14일은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릿 선물과 함께 사랑을 고백하는 '밸런타인 데이'.

그러나 올해는 공교롭게도 설날과 겹쳤다. 그동안 설이 밸런타인 데이와 가까웠던 때는 1983년(2월13일),1991년(2월15일) 등이 있었지만 두 날이 정확히 일치한 적은 국내에 밸런타인 데이가 알려진 1980년 이래 처음이다.

초콜릿업체들은 설과 겹친 탓에 밸런타인 데이 특수가 실종됐다고 울상이지만,그래도 챙길 것은 챙겨야 하는 법.'남친'에게 줄 엣지 있는 선물 리스트를 꼽아보자.

그렇다고 남친만 챙기고 부모님께 소홀할 수는 없지 않은가. 건강기능식품처럼 정형화된 명절 선물 말고 부모님의 얼굴에 빙그레 웃음이 돌게 할 좀 더 센스 있는 선물은 없을까.


◆리빙 퍼퓸 '쿨티'

'리빙 퍼퓸'(방향제)이 최근 트렌드 세터 사이에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리빙 퍼퓸의 대명사로 불리는 '쿨티'는 최상의 식물과 열매를 재료로 까다로운 제조 공정을 거쳐 탄생한다. 서울 압구정동의 쿨티 매장에 가면 제품의 종류가 너무 많아 선택의 고민에 빠지기 쉽다. 상큼하고 부드러운 '까사 디 테스토'와 정열적인 향이 매혹적이어서 침실에 놓아두면 효과 만점인 '오 데 로제'를 추천한다. 500㎖ 기준으로 '오 데 로제'는 21만8000원,'까사 디 테스토' 19만8000원.(02)547-7845

◆수제 초콜릿

밸런타인 데이의 핫 아이템은 역시 초콜릿.그동안 '고디바'나 '노이 하우스' 등 벨기에산 고급 초콜릿이 인기를 끌었지만 요즘은 쇼콜라티에(초콜릿 장인)들이 추천하는 수제 초콜릿이 각광받고 있다. 이대 앞 '루시 카토'와 신사동 가로수길 인근의 '에이미 초코' 등이 수제 초콜릿 전문점으로 유명하다. 에이미하우스 (02)733-5509,www.amychoco.com.루시카토 (02)362-0050.www.lucycato.co.kr.

◆비달사순 남성용 뷰티 트리머

밸런타인 데이 선물에 '로맨틱'이란 수식어가 붙지 않아도 된다면 비달사순의 트리밍기만큼 '유용한' 선물도 흔치 않을 것이다. 평소 수염을 멋들어지게 기르고 싶지만 그 방법을 몰라 망설였던 남성들에겐 이 트리밍기는 일종의 '복음'이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클라크 게이블처럼,드라마 '내조의 여왕'의 윤상현처럼 '간지 콧수염'을 연출해 낼 수 있다. 3만3000원.www.vidalsassoon.co.kr

◆모차르트 전집 CD

적당한 가격으로 최대한의 감동을 선물하고 싶다면 더 생각할 것도 없이 170장의 CD로 구성된 '브릴리언트 모차르트 전집'을 강추한다. 클래식 음악이 주는 감동은 절대 아이튠스에 담아선 느낄 수 없고 더구나 가격마저 착하디 착하다. 예스24 판매가는 CD 170장에 CD롬 1장을 더해 9만8800원이다.

◆IP호텔에서의 하루

호텔 숙박권을 밸런타인 데이 선물 리스트에 포함시킨다면 너무 엉큼해 보일까. 이태원에 새로 문을 연 IP호텔은 정말 기분이 좋아지는 곳이다. 방마다 층마다 컨셉트를 달리하며,호텔이라기보다는 하나의 복합 놀이공간으로 만들어 놓았다. IP는 임피리얼 팰리스의 약자다. 강남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이 이태원에 내놓은 신개념의 분점인 셈이다. www.ipboutiquehotel.com

◆차량용 블랙박스

최악의 리콜 사태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도요타 파문 때문만은 아니다. 그저 손수 운전하시는 부모님이 걱정된다면? 비행기에 실려 하늘을 날던 블랙박스가 차에도 실리고 있다. 조우텍의 Teye ADR-3000 모델은 듀얼 카메라 기능과 야간 적외선 조명 기능이 있어 자동차 내부에서 벌어지는 모든 대소사를 기록할 수 있다. 디자인 역시 '블랙박스'라는 이름에 걸맞게 모던하고 깔끔하다. 가격은 30만원대.

◆잡지 1년 정기구독권

이름 그대로 동(同) 시대의 잡다한 모든 것이 담겨 있는 '잡지'는 그 자체로 꽤나 유용한 생활 · 문화 정보지다. 헤밍웨이는 <에스콰이어>를 통해 등단했고,오늘날에도 많은 아티스트가 잡지를 자신과 세계를 잇는 가교로 인식하고 있다. 인터넷 사용이 아직 불편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 생활에 대한 욕구가 강한 부모님이라면 잡지 구독권을 적극 권한다.

◆프라다 사피아노 게임

겉모습만 보면 고급 트래블 키트로 보이지만,실은 세 벌의 트럼프 카드가 들어 있다. 부모님께 드리면 처음엔 "뭣에 쓰는 물건인고" 하시다 나중엔 "아깝게 이런 걸 왜 샀느냐"는 핀잔을 들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부모님,특히 셋만 모이면 '동양화'부터 찾으시는 아버님께 유용한 선물이 될 수 있다. 모임에서 이 카드 게임기를 꺼내드는 순간 당신의 아버지는 풍류를 아는 멋쟁이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다. 40만원대.

◆마사지&스파 이용권

효용성 면에서 본다면 부모님 선물로 이보다 더 좋은 게 있을까 싶을 정도다. 마사지&스파 이용쿠폰을 받아본 부모님이라면 현금과 백화점상품권을 명절 선물 1,2위로 꼽던 생각에 변화가 생길 것이다. 클라랑스 스파((02)515-9894) 1회 15만원,10회는 2회 무료 추가.

◆커피 메이커

커피믹스로 만족해하시는 부모님께 세상에는 이렇게 향기로운 커피도 있음을 알려주고 싶다면 '유라'의 임프레사 라인을 눈여겨 보자.스위스의 명품 커피 메이커로 유명한 '유라'는 트렌디한 '일리'의 커피머신보다 미려한 외모와 한층 중후한 커피향을 보장한다. 복잡한 기계에 익숙지 않은 부모님도 쉽게 쓸 수 있어 좋다. 단,명품 커피 메이커인 만큼 가격이 만만치 않다. 'C9' 358만원,'F50KR' 299만원.www.jurakorea.co.kr

월간 '데이즈드 & 컨퓨즈드' 패션팀장 kimhyeonta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