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하이브리드 전력전자설계팀의 노학래 과장에게 신년 연휴는 남의 얘기다. 49명의 팀원 중 그를 포함한 절반 정도가 새해 연휴를 사무실에서 보낸다. 오는 10월 북미시장에 선보일 '쏘나타 가솔린 하이브리드' 부품을 설계할 시간이 빠듯하기 때문이다. LG화학 대전 기술연구원의 신영준 부장도 팀원들과 조(組)를 짜 연중무휴 24시간 연구를 진행한다. GM 등 주요 자동차 회사에 공급할 2차전지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다.

새해 연휴에도 연구소 공장 사무실에 출근해 '대도약'의 희망을 담금질하는 기업 전사(戰士)들이 적지 않다. 전자 자동차 등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약진한 분야의 기업들은 '승자'의 위상을 굳히기 위해,화학 바이오 등 신성장동력 업체들은 격변하는 세계 시장에서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마음 편히 쉴 틈이 없다.

고향진 현대제철 연구소 기술전략팀장은 편히 쉬어 본 날이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5일 열릴 예정인 충남 당진 일관제철소 고로(高爐) 화입식을 앞두고는 더욱 바빠졌다. 주말마다 출근도장을 찍은 것은 지난해 9월부터. 1일에도 연구소에 나와 현장을 지킨 연구원은 고 팀장을 포함해 130여명에 달했다.

◆"새해 연휴,남의 얘기예요. "

"충청남도 당진에 짓고 있는 일관제철소 고로(高爐)에 첫 불을 붙이는 화입식이 코앞인데,일을 휴식으로 삼아야죠." 고향진 현대제철 연구소 기술전략팀장은 편히 쉬어 본 날이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주말마다 출근도장을 찍은 것은 지난해 9월부터.새해 첫날인 1일에도 연구소에 나와 현장을 지켰다. 5일로 예정된 행사 준비를 위해 새해 첫날 출근한 연구원은 고 팀장을 포함해 130여명에 달했다. 고 팀장은 "신년 연휴에 아들,딸과 놀아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뿐"이라며 "가족들에게 5일까지만 봐 달라고 통사정을 했다"고 말했다.

구슬땀을 흘리며 설날을 보낸 것은 고 팀장만이 아니다. 주요 기업 소속 연구원들 중 상당수가 연구실에서 새해 첫 태양을 봤다. "가족들과 한 해 계획을 세우면서 신년 연휴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 같지요. 어쩌겠습니까. 제품 개발 일정이 빠듯해 자리를 못 비우는데요. " 1일 만난 주요 기업 연구원들의 설명은 한결같았다.

◆"최고를 만든다는 자부심,그것으로 버티죠"

현대모비스의 노 과장은 "양산차를 만들기 전 파일럿용 차량을 먼저 만들어 각종 시험을 한다"며 "2월까지 프로토 모델을 완성하려면 하루 하루가 아깝다"고 말했다. 그는 "신정을 쇠는 가족들과 함께 보내지 못하는 게 아쉽지만,최고의 제품을 만든다는 자부심으로 위안을 삼고 있다"며 "아반떼 하이브리드 LPi 같은 차를 만들어 미국에 수출한다고 얘기했더니 아내가 등을 두드려줬다"고 했다.

삼성전자에서 에어컨 개발 업무를 맡고 있는 최용화 공조사업팀 책임의 탁상용 달력엔 3일에 동그라미가 쳐져 있다. 그는 "1일은 물론 2일에도 출근해야 한다"며 "3일에 쳐진 동그라미는 여섯 살 딸,다섯 살 아들과 함께 보낼 수 있는 날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최 책임이 연휴를 반납한 것은 2010년형 에어컨 출시가 임박해서다. 에어컨의 성수기는 여름이지만 신제품은 1월에 나온다. 그는 "이달 말부터 시작할 예약판매 일정을 맞추려면 주요 부품의 테스트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또 "올해 신제품이 나오면 시장이 깜짝 놀랄 것"이라며 "에어컨이 TV나 휴대폰 못지 않은 삼성의 간판 제품이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하루 하루 힘을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명절에도 연구용 세포에 밥 줘야 해요"

바이오 의약품을 다루는 생명공학 기업 연구원들에게는 아예 휴일 개념이 없다. 살아 있는 세포로 치료제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세포는 사람과 똑 같아서 시간에 맞춰 '먹이(영양분)'를 줘야 한다. 잠시 자리를 비우는 사이 증식과 배양이 이뤄진다는 점도 한시도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면역세포 치료제 개발회사인 엔케이바이오에 소속된 30명의 연구원들은 신정 연휴기간 동안 2교대로 연구실을 지키고 있다. 김창욱 연구원은 "면역세포 치료제의 효과를 검증하는 임상병원이 지난해 초 5곳에서 최근 16곳으로 늘어났다"며 "이에 따라 세포배양 작업량도 3배가량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바이오시밀러(복제의약품) 전문기업인 셀트리온의 이수영 배양팀장도 똑같은 처지다. 연휴 3일을 인천 송도의 배양실에서 수십억마리의 세포와 함께 보내고 있다. 이 팀장은 "생명체를 다루는 연구원들은 남들이 놀 때 일하는 게 숙명"이라며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바이오 의약품을 우리 손으로 만든다는 자부심,그것으로 산다"고 강조했다.

◆大도약 2010…희망을 쏜다

현대모비스의 노 과장은 "양산차를 만들기 전 파일럿용 차량을 먼저 만들어 각종 시험을 한다"며 "2월까지 프로토 모델을 완성하려면 하루 하루가 아깝다"고 말했다. 그는 "아반떼 하이브리드 LPi같은 차를 만들어 미국에 수출한다고 얘기했더니 아내가 등을 두드려줬다"고 했다.

삼성전자에서 에어컨 개발 업무를 맡고 있는 최용화 공조사업팀 책임도 2010년형 에어컨 개발을 위해 연휴를 반납했다. 에어컨 성수기는 여름이지만 신제품은 1월에 나오기 때문이다. 그는 "이달 말부터 시작할 예약판매 일정을 맞추려면 주요 부품의 테스트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며 "에어컨이 TV나 휴대폰 못지않은 삼성의 간판 제품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바이오 의약품을 다루는 생명공학 기업 연구원들에게는 아예 휴일 개념이 없다. 살아 있는 세포로 치료제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세포는 사람과 똑 같아서 시간에 맞춰 '먹이(영양분)'를 줘야 한다. 면역세포 치료제 개발회사인 엔케이바이오 소속 30여명의 연구원들은 새해 연휴 기간 중 2교대로 연구실을 지키고 있다. 김창욱 연구원은 "면역세포 치료제의 효과를 검증하는 임상병원이 지난해 초 5곳에서 최근 16곳으로 늘어났다"며 "세포배양 작업량도 세 배가량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바이오 시밀러(복제의약품) 전문기업인 셀트리온의 이수영 배양팀장도 연휴 사흘을 인천 송도의 배양실에서 수십억마리의 세포와 함께 보내고 있다. 이 팀장은 "생명체를 다루는 연구원들은 남들이 놀 때 일하는 게 숙명"이라며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바이오 의약품을 우리 손으로 만든다는 자부심,그것으로 산다"고 말했다.

송형석/이관우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