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이 되자 아버지가 골프채를 쥐어주셨다. 이미 작은누나(박지은)는 골프를 시작한 지 1년이 지났다. 누나는 실력이 일취월장했지만 자신은 매일 같은 포즈로 같은 공을 치는 게 너무 싫었다. 차라리 아버지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노는 게 훨씬 재미있었다. 결국 6학년 때 골프채를 놨다. 대신 13년이 지난 2007년 소년은 아버지처럼 외식업계에 뛰어들었다. 박수남 삼원가든 회장의 막내아들 박영식 SG다인힐 부사장(29)의 얘기다.

박 부사장은 남수정 썬앳푸드 대표(42 · 남충우 전 타워호텔 사장의 딸),김성완 스무디킹 대표(38 · 김효조 경인전자 회장 아들)와 함께 외식업계에 돌풍을 일으킨 2세 CEO(최고경영자) 중 한 명이다. 열흘 뒤 서른이 되는 신세대답게 레스토랑과 요리 관련 네이버 카페를 운영하는 파워블로거이기도 하다.

21일 서울 신사동 블루밍가든에서 만난 박 부사장은 "내년 상반기 한식，하반기 델리카페 브랜드를 잇달아 론칭할 것"이라며 "내년부터는 중국 진출을 목표로 시장조사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중국 진출은 삼원가든의 첫 해외사업으로 박 부사장이 전담하며 2011년 개점이 목표다.

박 부사장은 미국 뉴욕대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한 뒤 2004년 귀국,아버지 밑에서 경영수업을 받았다. 2007년 설립한 SG다인힐을 통해 레스토랑 '블루밍가든'(2개)을 비롯 '퓨어 멜랑주'(일식집),'메자닌'(와인 · 사케바),'봉고'(타파스),'부띠크 블루밍'을 1개씩 운영하고 있다.

브랜드에 비해 매장 수가 적지 않으냐는 질문에 박 부사장은 "한 브랜드당 매장이 10개면 충분하기에 욕심 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고급 레스토랑은 품질과 희소성 유지를 위해 직영체제를 고수해야 한다"며 "국내 시장이 작고 유행이 빠르게 변해 작은 몸집으로 민첩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박 부사장은 주저없이 '청결'을 꼽았다. "아버지의 영향이 큽니다. '삼원가든'의 삼원(三元)이 첫째 청결，둘째 친절，셋째 맛을 의미할 정도로 위생을 강조하셨죠.10년 전에는 예약손님이 200~300명에 달하는데도 가게가 더럽다고 그날 장사를 접고 청소할 정도였으니까요. "

SG다인힐의 지난해 매출은 70억원,올해는 70% 이상 신장한 120억원이다. 내년에는 1월 블루밍가든 3호점(강남점)을 열고 새로운 브랜드 2개를 론칭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으로 매출 2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아버지가 운영하시는 삼원가든은 올해 2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입니다. 2011년에는 SG다인힐 매출이 삼원가든을 뛰어넘어 '아버지 그늘에서 장사하는 아들'이란 꼬리표를 떼고 '청출어람' 소리를 들을 겁니다. "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