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만원 SK텔 사장 "B2B사업 20조로 키우겠다"
SK텔레콤이 유통 물류 금융 등 분야의 기업들에 양방향 · 원격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 비중을 대폭 확대,통신시장의 성장 정체를 돌파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29일 서울 을지로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법인,산업,공공부문을 대상으로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IPE(Industry Productivity Enhancement)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2020년 이 분야에서만 20조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소비자 중심 시장에서 매출 11조6700억원을 올렸다. 이와는 별도로 기업용 서비스로 20조원의 추가 매출을 올린다는 것은 개인 중심에서 기업시장으로,단순 이동통신에서 종합 서비스로 핵심 사업을 과감히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기업시장에서 블루오션 개척

정 사장이 새로운 성장 전략으로 꼽은 IPE 사업은 이종산업에 IT 기술을 결합해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서비스다. 원격 진료,양방향 교육,지능형 자동차,스마트 전력,홈네트워크 서비스 등 기존 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도구로 IT를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정 사장은 "이동통신 가입자 포화율이 97%에 달하고 통신 요금에 갈수록 부담을 느끼는 국내 환경에서 더이상 소비자 시장의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앞으로 고객 기반을 개인에서 법인으로 확장하고 사업 영역도 통신에서 ICT로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주력할 기업시장으로 유통,물류,금융,교육,헬스케어,제조(자동차),주택 · 건설,중소기업 분야 등 8대 핵심 사업 아이템을 선정했다. 이 분야에 활용할 센서 기술,차세대 네트워크,지능형 솔루션 등 ICT 핵심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향후 5년간 3조원을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기존의 이동통신사업자(MNO) 인수 방식의 해외진출 전략도 솔루션 제공기업의 인수 등 B2B 중심의 IPE 전략으로 바꾸기로 했다. 이를 통해 해외 매출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컨버전스에서 컬래버레이션으로

SK텔레콤은 IPE 전략 도입에 발맞춰 이종산업 간 협력 방식도 바꾸기로 했다. 인접산업에 진출하기 위한 화두(話頭)로 추진했던 '컨버전스'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해당 사업과 상호 시너지를 내는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을 지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사장은 "올초 다른 업계 사람을 만나 협력을 얘기하면 SK텔레콤이 자사 가입자 기반을 가져가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기도 했다"며 "하지만 산업 프로세스 개선에 대해 얘기를 시작하니 엄청나게 할 일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SK텔레콤이 추구하는 IPE 사업은 금융,유통 등의 비즈니스 영역으로 진출하는 개념이 아니라 해당 산업의 사업자들이 더욱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윈-윈(win-win)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SK브로드밴드 등 SK그룹 통신계열사 합병 문제에 대해 그는 "상당기간 검토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하나카드와의 합작문제에 대해서는 "하나카드를 보는 가치에 차이가 있어 논의 중인데 잘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3분기 매출액 3조567억원,영업이익 6188억원,당기순이익 4159억원의 실적을 달성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매출액은 가입자 및 무선인터넷 매출 증가의 영향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에 비해 5.4%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당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7%,24.7% 늘어났다. 감가상각비 절감, 수수료 등 각종 비용통제 등이 실적개선 요인으로 꼽혔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