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벡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제3차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세계포럼의 취지에 공감하는 학자들이 많았다. 현장에서 만난 국내외 학자들은 OECD와 통계청이 이번 포럼을 통해 국내총생산(GDP) 통계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발전 지표를 모색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사실 GDP 지표만으로는 중국의 엄청나게 높은 성장률과 앞으로 지출할 환경복구 비용을 동시에 계산할 수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의 잠재부실과 부동산에 끼는 거품도 사전에 예측할 수 없다. 때문에 성장의 이면에 있는 여러 흐름들을 정확하게 분석하려면 GDP 외에 다른 지표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사회복지와 보건,빈부격차,양성 평등 등 사회 전반의 현상을 반영할 수 있는 지표가 나와야 정책 방향도 올바르게 잡힌다.

하지만 이 포럼의 한계 또한 분명해 보인다. 무엇보다도 '장기적인 관점'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당장 먹고 살기 바쁜 개발도상국들에 이 지표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경제가 성장해야 복지비를 지출할 여력이 생기고 환경을 뒤돌아볼 여유를 갖는다. 한국 또한 정부주도의 개발정책으로 압축 성장을 해왔고 최근 주변 아시아 국가들도 우리나라의 발전모델을 벤치마킹하고 있는 형편이다. 경제와 복지수준이 비슷한 속도로 발전하는 것만큼 이상적인 것은 없지만 실상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이루기는 어렵다. 때문에 이번 행사가 주관한 통계청이 지나치게 '아카데미즘'에 흘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우리나라도 선진국 대열에 들어설 단계에 와있으며 양적인 성장보다 질적인 발전을 중시할 때다. 하지만 상당수 한국기업들이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담스러워할 정도로 이상과 현실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또 이런 주장을 하는 국가들의 중심에 새로운 지표를 개발했을 때 발전 순위가 대폭 오르게 될 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들이 포진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선 이 포럼이 개도국들의 성장을 가로막는 선진국들의 '사다리 걷어차기'로 변질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복지수준이 높은 선진국들이 이른바 '녹색 보호주의'를 통해 자국의 이익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박신영 부산=경제부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