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의 광고 컨셉트는 '디자인'이다. 외관뿐 아니라 내부까지 새롭게 바꿔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게 핵심 내용이다. 조범현 KIA 감독도 올해 팀 컬러를 새롭게 '디자인'했다.

그는 스스로 팀의 '맏형'이 돼 패배 의식에 사로잡혀 있던 선수들에게 열정과 믿음의 씨앗을 심어줬다. 개개인에 대한 '무한 신뢰'로 조직의 활력을 되살렸으며 위기 때 서로 돕는 상생의 팀워크를 일궈냈다.

지난해 KIA의 사령탑을 맡았을 때 조 감독은 선수들의 생각부터 바꿔야겠다고 마음먹었다. KIA는 전신인 해태 타이거즈 시절 김응룡 감독(현 삼성 사장)의 강력한 카리스마를 앞세워 한국시리즈에서 9번이나 축배를 들었지만 1997년 이후 정상에서 멀어졌다.

그는 지는 데 익숙해진 '종이 호랑이들'에게 야구에 대한 '열정'을 다시 불어넣었다. 선수들과 대화를 통해 고민을 해결하고 자신감을 북돋우면서 '야구 명가' 재건에 나선 것.

"한곳으로 모아야 할 부분이 너무 많았다. (개인을 희생하고) 팀을 먼저 생각하도록 변화시키는 게 먼저고 기술과 체력 훈련은 다음이었다. 진심으로 팀을 위하는 마음이 형성되니 자연스럽게 성적도 좋아졌다. "

그는 냉철한 분석을 바탕으로 한 데이터를 중시한다. '조갈량''작두 범현'이라는 별명처럼 통계를 활용한 야구는 특유의 용병술로 이어진다. 상대팀이 작은 틈을 보이면 확실하게 잡고 흔든다.

하지만 통계가 전부는 아니다. 조 감독은 지난 24일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나지완을 출장시켰다. 나지완은 사실 이 경기 전까지 조 감독의 머리를 아프게 한 존재였다. 손목이 좋지 않은 장성호 대신 3번을 맡아줘야 할 나지완은 6차전까지 타율 0.188(16타수3안타)에 그쳤다. 조 감독은 경기 후 "지완이는 신인인데도 긴장하지 않고 게임을 즐기는 것 같아 그냥 밀고 나갔다"고 말했다. 통계를 참고하지만 정작 중요할 때는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다. 올해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김상현 기용과 선발 투수 운용 또한 믿음의 야구를 보여준 대목이다. 올초 LG에서 이적한 김상현이 슬럼프에 빠졌을 때도 기회를 줬고,그는 홈런왕과 타점왕으로 화답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