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법은 지난해 6월 개정 전까지 아동 강간상해에 대해 무기징역이 없어 검찰이 대신 형법을 적용해 기소해 왔다. 이번 사건에서는 검사가 법개정 사실을 모르고 관성적으로 형법으로 기소했다"는 게 이 지청장의 설명이었다.
법조문 확인 결과 성폭력법은 1994년 제정 당시부터 강간상해에 대해 최고 무기징역을 선고할 수 있도록 돼 있었다. '지청장 마저 법을 제대로 모르는 것인가'하는 생각에 정회 중 이 지청장을 직접 만나 물었다. 이 지청장은 "성폭력법에서 다른 강간상해는 무기징역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해놓고 아동강간죄를 신설하면서는 무기징역 처벌을 따로 두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아동강간죄는 8조의2,강간상해는 9조인데 1997년 8조의2를 새로 만들면서 9조에 '8조의2 죄를 범한 자가 사람을 상해하면 최고 무기징역에 처한다'는 항목은 빼고 법을 개정한 것이었다. 아동강간과 강간상해 간 연결고리가 빠진 것.반면 형법은 1953년 제정 당시부터 강간상해에 대해 최고 무기징역을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지청장 앞에 앉아 있던 다른 지청장은 "국회도 검찰을 욕할 자격이 없겠네"라고 말했다. 1997년 당시 성폭력법은 국회의원들의 발의로 국회 법제사위원회의 심사를 받아 개정됐다.
입법기관(국회)은 법을 잘못 만들고,행정기관(검찰)은 법을 잘못 적용해 기소한 셈이다. 사법기관(법원) 역시 조두순의 심신미약이 제대로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심신미약 감경을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조두순 사건에서 드러난 입법 · 사법 · 행정의 부실이야말로 한국 사회 법치의 현주소가 아닐까 싶다.
임도원 사회부 기자 van7691@hankyh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