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반다리로 앉지 못하는 이유는 대개 엉덩이관절(고관절)이 아프기 때문이다. 첫째 이유는 생활방식의 서구화로 침대,의자,좌변기 등의 사용이 늘면서 양반다리나 꿇어앉기,가부좌 같은 자세를 취하는 경우가 점점 줄어들어서다. 이로 인해 엉덩이관절이나 무릎관절 등의 운동 범위가 점차 좁아지고,양반다리나 쪼그려앉기 등 관절을 과도하게 굽혔다 펴는 자세를 취하면 통증을 느끼게 된다.
둘째는 '엉덩이관절 충돌증후군'이라는 관절의 구조적 이상 때문이다. 관절을 움직일 때 비정상적인 구조를 이룬 비구(반원형 뚜껑 모양의 관절 연결부위)와 대퇴골두(넓적다리의 머리 부분)가 서로 충돌,인접 연골과 비구순(비구의 가장자리)이 찢어지고 닳아서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10여 년 전부터 발병 원인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돼 고관절 부위의 통증에 대한 이해와 치료의 폭을 넓히고 있다. 따라서 양반다리로 앉기 어렵거나,차나 자전거를 타고 내릴 때 또는 장시간의 비행기 여행 후 고관절 부위가 뜨끔하거나,앉았다 일어서 걸으려고 할 때 다리에 힘이 빠지는 느낌이 있다면 엉덩이관절 충돌증후군을 의심해 볼 만하다.
양반다리가 안 되는 원인을 밝히려면 환자의 생활습관 및 증상의 시작 및 지속 기간을 파악하고 자세한 신체검사를 해봐야 한다. 특히 다리를 구부리면서 안쪽 방향으로 회전시킬 때 고관절 부위에 통증이 느껴지면 충돌증후군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경우 방사선 검사로 파악이 가능하나 확실히 진단하려면 조영제를 관절 안에 주사하고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어 연골 및 비구순의 파열 등을 점검해봐야 한다.
고관절에 대한 내시경 수술은 다른 무릎관절이나 어깨관절에 시행하는 방법과 비슷하게 피부에 상처를 적게 남기고 회복이 빠르며 입원 기간이 짧은 장점을 갖는다. 다만 수술 부위의 해부학적 구조가 다른 부위보다 훨씬 복잡하기 때문에 숙련된 수술 기량이 필요하며 수술에 소요되는 장비도 많아 웬만한 병원에서는 시행하기 어렵다. 이 수술은 고관절 주위에 지름 5~8㎜ 크기의 구멍을 2~3개 뚫고 관절경을 관절 안에 삽입,모니터를 보면서 염증 부위를 제거하거나 파열된 비구순을 꿰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간단한 경우에는 수술 후 이틀 내에 퇴원이 가능하며 복잡한 경우라도 5일 정도면 회복해 집에 갈 수 있다.
세라믹 재질은 단단하고 마모 정도가 적어 심각한 외상만 아니면 장기간 유지할 수 있다. 중앙대병원 관절센터의 경우 3세대 세라믹 관절의 10년 유지율이 98% 이상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드물게 세라믹이 파열되는 위험이 있어 최근엔 이를 개선한 4세대 세라믹 관절의 사용이 늘고 있다.
인공관절 수술은 난이도가 높지만 수술기법과 재활치료의 발달로 수술 후 회복 기간이 단축되고 있다. 보통 1주일 정도 입원하고 수술 후 2~3일이 지나면 목발을 활용해 걸을 수 있고 4주가 넘으면 목발 없이도 보행이 가능하다.
하용찬 교수 <중앙대병원 정형외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