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던 골프회원권 시장은 올 상반기에 급반등세를 보였지만 하반기 들어선 별 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물밑에서 상승에너지를 서서히 축적해 가는 정중동의 분위기가 감지된다. 무더위의 위력이 약화되는 데다 가을 시즌을 앞두고 있어 이달 중순부터 회원권 수요가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9월 성수기를 앞두고 매매문의가 부쩍 늘었고,특히 5억원 이상의 고가 신규 회원권에 대한 관심도 예년보다 많이 증가했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최근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경기회복 기대감이 커지는 등 회원권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간접 변수들도 우호적인 분위기이다.

전문가들은 실제로 이용도 하면서 금리 이상의 수익률을 목표로 수도권에 있는 회원권을 구입하는 투자 방식을 권하고 있다. 회원권 투자가 재테크 방안으로 여전히 유효하지만 예전처럼 높은 시세차익을 올릴 목적으로 접근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달라진 회원권 시장 사이클

하반기 들어 이달 초까지 회원권 시장은 보합세였다. 상반기 반등 여파가 더위와 맞물리며 부담으로 작용한 때문이다. 매수 매도자 모두 관망세로 돌아섰고,고가 종목은 중견기업들의 매수세가 줄면서 거래량이 크게 감소했다. 일부 중저가대 선호 회원권 위주의 거래가 이뤄졌지만 시장을 주도하기에는 힘이 달렸다.

하지만 가을 시즌을 앞두고 회원권 시장에 대한 입질이 시작되고 있다. 원래 골프회원권 시세에는 연중 사이클이 존재한다. 봄 성수기를 앞둔 2월 기지개를 켜 실수요자들이 움직이면서 4월까지 강세장이 연출된다. 5월에는 매수자와 매도자 간의 공방이 벌어지면서 물량이 증가하고 실매수세가 감소해 조정장의 모습을 띤다. 6월부터는 비수기에 접어든다. 장마 · 휴가 · 무더위라는 '3대 복병'이 회원권 시장의 활력을 둔화시키는 것.8월 초까지 이런 움직임이 이어지다 8월 중순부터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다가올 가을 황금시즌을 대비하는 때여서다.

그런데 올해는 이 같은 사이클의 상당 부분이 수정됐다.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국내 회원권 시장은 연말까지 바닥을 모르고 곤두박질쳤다. 기업들의 경영상황이 어려워지면서 '법인 매물 폭탄'이 쏟아졌고 시세가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됐다.

다행스럽게도 이 같은 상황은 오래 가지 않았다. 연초부터 단기 급락에 따른 반발매수세가 유입되고 봄 성수기를 맞아 실수요까지 겹쳐 가파른 반등세를 보였다. 지난해 말 하락분의 절반 정도가 반등한 뒤 강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송용권 에이스회원권 실장은 "가을 강세장을 앞둔 가운데 여름 비수기 때 매물이 많지 않고 오히려 매수 여력이 축적되고 있다"며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여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수도권 주변의 고속도로가 잇따라 개장한 것도 회원권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서울춘천고속도로의 개통으로 아난티클럽서울 프리스틴밸리 라데나 엘리시안강촌 해비치 크리스탈밸리CC 등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고,용인서울고속도로 개통으로 남서울 프라자 태광 88 기흥CC 등 용인지역 골프장들도 수혜주로 주목받고 있다.

◆'금리+α'의 안정수익을 목표해야

하반기에 소강상태를 보이던 회원권 시장은 이달 중순 이후 기대감이 솔솔 커지고 있다. 우선 경기회복 기대감이 높아진 게 호재다. 무역수지 흑자,글로벌 경기호조,기업실적 개선 등이 이어지면 회원권 시장이 탄력을 받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가을이라는 계절적인 배경도 관심을 높이는 요인이다. 일조량이 감소하는 가을은 한 해 중 가장 치열한 예약(부킹) 전쟁이 벌어지는 시즌이다. 때문에 9월부터 회원권 시장이 활기를 띨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오름세를 타고 있는 증시 상황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증시와 회원권 시장이 같이 움직이는 동조화 현상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강해지고 있어서다. 한창국 동아회원권거래소 부장은 "예전에는 주가가 빠지면 회원권 시장으로 매수세가 유입됐지만 올해는 증시와 같이 움직이고 있다"며 "주식시장이 회원권 시장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억원 미만의 저가 회원권은 매수세가 늘며 상승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화산 아시아나 신원CC 등 5억~10억원의 고가대도 강보합 상태다. 10억원 이상 초고가대는 매물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태이다. 이맘때쯤 저가 회원권 시장이 움직인 뒤 중고가대로 확산되는 게 일반적인 패턴이다.

신규 분양 회원권도 관심이다. 마에스트로 레인보우힐스 해슬리나인브릿지 휘닉스스프링스 가산노블리제CC 등에서 회원을 모집 중이다. 다만 이들 회원권은 창립 분양이 아니어서 가격대를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예전처럼 회원권 값이 치솟는 시대는 갔지만 은행 금리보다 수익성이 좋을 것이란 주장에는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급락 여파로 역대 최고가보다는 많이 낮기 때문에 실수요 목적을 가미하면 투자상품으로 손색이 없다는 얘기다. 한 부장은 "가을성수기를 앞두고 실용적인 수도권 소재 회원권을 '금리+α'의 수익을 목표로 매수한다면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