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써 1996년 에버랜드 전환사채(CB) 발행으로 시작된 삼성그룹의 '경영권 편법승계' 논란이 13년간 특별검사의 수사와 대법원의 파기환송을 거치는 곡절 끝에 일단 유죄로 가닥이 잡힌 채 사실상 종착역을 앞두게 됐다. 그러나 특검과 삼성 측이 판결문 검토 뒤 재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최종 판단이 대법원으로 다시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BW 저가발행은 인정
재판부는 1999년 당시 삼성SDS의 주당 적정가격(공정 신주인수권 행사가격)을 1만4230원으로 산정한 뒤 총 배임 액수를 227억7480여만원으로 판단,특경가법상 배임(50억원 이상) 혐의로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유가증권 인수업무에 관한 규정 및 시행세칙에 따라 주당 순자산가치와 주당 순이익가치를 가중평균해 공정 행사가격을 객관적으로 산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실제 행사가격(7150원)이 공정 행사가격(1만4230원)의 절반에 불과해 현저하게 불공정한 가액으로 발행됐다고 판단되며,저가발행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판시했다.
◆"위법 아니라고 믿을 만한 여지 있었다"
재판부는 그러나 "비상장주식은 상장주식에 비해 거래가격의 객관성이나 합리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어 일관된 가치를 평가하기 어렵다"고 전제한 뒤 "당시 BW 발행 시 따라야 할 확립된 법령이나 판례가 없었기 때문에(이 전 회장 등이 저가 발행에 대해)위법이 아닌 것으로 인식할 여지가 있었다고 보이며,이 경우 비난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집행유예 선고 이유를 밝혔다.
파기환송심의 또 다른 판단 대상이었던 차명주식에 대한 조세포탈 부분은 대법원 판결이 그대로 유지됐다. 이번 판결로 이 전 회장의 형량이 늘어나지는 않았다. 이 전 회장은 이미 조세포탈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벌금 1100억원을 선고받은 상태다. 이날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은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5년,김인주 전 사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이번 판결에 지난 7월 도입된 양형기준은 적용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이 제도 도입 전에 기소된 사건이기 때문이다. 법원 관계자는 "새 양형기준을 적용하더라도 이날 선고된 이 전 회장의 형량은 양형 기준상 권고형량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새로 시행된 양형기준에서도 벗어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한편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는 이번 판결에 대해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인들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해성/서보미/송형석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