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가처분 신청이 동방신기의 해체를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다. 계약의 부당성이 시정돼 음악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기를 원한다. "

"동방신기는 데뷔 후 지금까지 110억원을 가져갔다. 다양한 수익 분배가 있지만 한 측면만，그것도 부정확하게 부각됐다. "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5인조 동방신기의 시아준수(본명 김준수)，영웅재중(김재중)，믹키유천(박유천) 등 세 멤버와 SM 측은 3일 각기 상반된 주장을 펼쳐 법정 싸움을 예고했다. 이로써 2004년 '허그'로 데뷔한 동방신기는 5년 만에 해체 위기로 흔들리고 있다.

◆13년 종신계약 논란

세 멤버는 이날 법무법인 세종을 통해 낸 보도자료에서 "13년이란 전속계약 기간은 사실상 종신 계약을 의미한다"며 "계약 기간에 음반 수익 배분 등 SM으로부터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계약 기간이 군 복무 기간을 포함할 경우 15년 이상으로 사실상 연예계를 은퇴할 때까지를 의미했고，전속 계약을 해제할 경우 총 투자금의 3배，일실 수익(잔여계약기간의 예상수익)의 2배에 해당하는 위약금을 부담하는 데다 합의로 계약을 해제할 경우에도 위약금을 물도록 돼 있어 계약 해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적시했다.

수익금 배분에 대해서는 "계약금은 없었고 전속 계약상 음반 수익의 분배조항을 보면 최초 계약에서는 단일 음반이 50만장 이상 판매될 경우에만 그 다음 음반 발매시 멤버 1인당 1000만원을 받을 수 있을 뿐이고，50만장 이하로 판매될 경우 단 한 푼도 수익을 배분받지 못하게 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이 조항은 최근에야 개정됐는데，개정 후에도 멤버들이 음반 판매로 분배받는 수익금은 음반 판매량에 따라 1인당 0.4~1%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SM 측이 화장품 사업 투자로 인해 이번 사태가 불거졌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중국에 진출하는 화장품 판매 회사에 세 멤버가 주주로 투자한 건으로，이번 사건과는 무관하다"며 "이 회사에 1억원 정도 투자한 것 때문에 그간 동방신기가 일군 모든 성과를 포기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소속사 SM "사실과 다르다"

이에 대해 SM 측은 "동방신기는 데뷔 후 지난달까지 현금만 110억원을 수령했고，고급 외제차(계약과 상관없는 보너스) 등을 제공받은 반면 SM은 동방신기 데뷔 후 4개년 영업적자를 기록했다"며 "사업환경의 변화에 따라 가창인세，CF，이벤트，초상 등 각종 수입에 대한 다양한 분배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측면만，부정확하게 부각했다"고 주장했다.

SM은 이어 "세 멤버가 부모와 함께 참여하고 있는 화장품 사업이야말로 본 사건이 제기된 실질적인 이유"라며 "화장품사업에 참여한 3명만이 본 사건을 제기한 것 자체가 결정적인 반증"이라고 말했다.

SM은 13년의 계약이 종신계약이며，손해배상 조항이 과도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공정거래위원회 표준약관 권고사항 중 가수는 7년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해외활동 가수의 경우 계약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는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며 "이들은 신청인과 전속계약 체결 후 총 5회에 걸쳐 상호 합의하에 계약을 갱신，수정해 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양측은 모두 동방신기의 해체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 서로 간 대화와 타협의 가능성을 열어놨다.

동방신기 파문은 연예인과 소속사 간 전형적인 분쟁 틀을 따르고 있다. 소속사는 "신인 때 발굴해 정상의 자리에 올려놨더니 이제 와 배신한다"며 분개하고，연예인은 "나 덕분에 번 돈이 얼마인데，이렇게 홀대하느냐"며 맞서는 형국이다. 무명시절을 벗어나 인기를 얻은 연예인들은 신인 때 맺은 계약 조항에 자연스럽게 불만을 갖게 되는 반면 소속사는 지금의 위치까지 키우기 위해 투입한 초기 투자비용을 내세워 계약조항을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양측의 분쟁에서 '노예계약'을 주장한 연예인들에게 동정적인 여론이 일었지만，계약 파기가 관행으로 굳어지면서 소속사에 우호적인 분위기도 생겨나고 있다.

한편 이날 SM 주가는 전날보다 10.42% 급락한 3740원에 마감됐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