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디지털 디스플레이 기술이 발전하면서 얇은 필름 형태의 막에 글자를 표시해주는 전자책(e-book)이 각광받고 있다.

전자책(전자종이)은 작은 마이크로 캡슐 내부에 양전하를 띠는 흰색의 안료 입자와 음전하를 띠는 검은색 안료 입자들이 투명한 액체와 함께 공존하다 전기가 흐르면 입자들이 전기의 힘으로 재배열돼 글자를 만들어주는 것이 기본 원리.이 같은 전자책의 품질은 글자와 배경이 서로 대비돼 나타나는 반사도(선명도)가 관건이다. 문제는 반사도를 높이려면 전하를 띤 입자를 많이 유체 속에 집어 넣어야 하는데,이때 유체의 점도가 높아지고 입자의 활성이 떨어지면서 전자종이의 선명도가 나빠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이 같은 약점을 극복하고 선명하게 전자책을 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전자잉크 제조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플렉서블소자팀은 최근 서울 역삼동 산업기술진흥원 기술거래소에서 기술이전 설명회를 통해 전하조절제를 활용해 반사도를 강화한 전자잉크 제조기술을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전자종이에 글자 형태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전기가 통할 경우 움직이는 흰색 전기영동 입자를 유백색의 절연유체에 분산하기 위해 전기영동 안료 입자의 투입량을 증가시켜야 한다. 그러나 입자의 양이 증가할수록 분산 안정성은 불안정해지고,유체 점도의 급격한 증가를 일으키게 된다.

연구팀은 전하조절제 및 분산제를 투입함으로써 이 같은 단점을 극복,백색 입자의 반사도를 우수하게 만들었다. 서경수 박사는 "이번에 개발한 기술의 핵심은 반사도가 우수한 백색의 안료 입자를 컬러 절연유체에 적절한 간격으로 분산시켜서 궁극적으로 전자잉크의 반사도를 높게 만드는 것"이라며 "백색 입자의 투입량을 최적화함으로써 최고의 반사도를 달성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전원을 켰을 때 나타난 글자(페이지)가 전원이 꺼진 상태에서도 6시간 동안 유지될 수 있도록 백색 입자가 분산된 청색유체 전자잉크를 제조하는 데 성공한 것.연구원은 이 기술이 좀 더 선명하고 오래가는 전자종이 제작에 유용한 것으로 보고 민간 부문에 기술을 이전할 계획이다.

연구원 관계자는 "백색 입자가 분산된 유색 유체가 각각 컬러 마이크로 캡슐에 채워져 단위 픽셀로 작용할 경우 다양한 색을 가진 컬러 전자종이 디스플레이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